• 세상을 바꾸는 글쓰기

    2009. 4. 24.

    by. 셰익스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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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실 조승희대리의 표현을 빌리자면 소위 빨갱이스러운 도입부분을 가지고 있는 책이다.

    그래서 권상진대리에게 선물을 받은 후에도 한참동안은 썩 읽고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었다. 가지고 있던 기간이 몇개월 지난 후에야 손을 댔을 정도로 많은 편견과의 싸움이 필요했었다.

    그러나 읽은 후에는 기대이상의 수작이었다. 읽지 못했으면 어땠을까 걱정이 들 정도의 멋진 충격을 주었다.

    사실, 책의 가장 처음에 등장하는 박준성씨의 부분이 조금 힘들게 만들었다. 그래서 읽지 않을 책으로 분류했었는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던 어느날 밤. 맥주를 한잔하면서 우연히 손에 잡은 책속에서 보여진 소제목은 안건모님의 "세상을 바꾸는 글쓰기 "였다.

    글을 쓰는 것의 힘에 관심을 한참 갖던 터라 그 부분만 읽으려고 했던것이 그만 전체를 다 읽어버렸다.

    안건모님의 글 뿐이 아니다.

    홍세화님이 프랑스의 평준화된 공교육에 대해서 설명한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저당잡힌 오늘>, 정태인님이 한미FTA에 대해서 무엇이 문제인가를 설명한 <한미 FTA 10년, 건강보험 없어진다>는 어디서 묻기도 못해서 이제껏 모르고 지나쳤던 귀중한 지식이 되었다.

    이 책은 현대를 살아가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든지 읽어내려갈만한 공감대와 소주제들로 엮여있고 많은 지식을 전달해 주었다.

    민주화니 투쟁이니 하는 단어가 불편하신 분들은 안건모님의 글부터 보기를 권장한다.

    기억을 더듬어 가면서 대표적인 내용들을 추스려 보았다.

    안건모 (세상을 바꾸는 글쓰기)
    우리나라처럼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딱 두 가지 종류의 사람들이 있죠? 노동자와 자본가. 자본가가 20퍼센트면 노동자가 80퍼센트인데 사람들은 대부분 자본가의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이 노동자라는 것을 깨닫는 것. 이러한 노동자의 생각을 선거 때에만 갖고 있어도 우리 사회가 변할 텐데 그렇지 못하다는 거지요. 즉, 20퍼센트의 생각이 80퍼센트를 지배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태인 (한미 FTA 10년, 건강보험 없어진다)
    한미 FTA 10년 되면 분명히 건강보험 없어집니다. 우리들의 자식들은 건강 보험없는 세상에서 삽니다. 10퍼센트 안에 들지 못하면 감기 걸려도 병원 못 갑니다.
    지금 손가락이 곪아 병원에 가면 5000원일 거예요. 주사 한 대 맞거나, 마이신 하나 먹으면 끝입니다. 하지만 병원에 못가면 손가락을 잘라야 돼요. 미국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예요. 미국 슈퍼마켓에서는 간단한 수술도구를 팔아요. 알아서 수술하라는 얘기죠.

    홍세화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저당잡힌 오늘)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오늘을 저당 잡히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누구도 오늘 진정으로 충실할 수 없습니다.
    오늘의 내 삶에 진정으로 충실할 수 없을 때 어떻게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다른 이를 위한 충실한 삶이 가능할 수 있겠습니까?

    하종강 (불평등에 저항은 본능)
    남보다 좋은 직장에 취업하거나 일찍 승진한 사람들이‘인생에 승리했다’는 자부심을 느낄지언정 죄 없이 고통 받는 이웃을 위해서 아무 것도 한 일이 없다는 것에 대해 열등감조차 느끼지 못하는 것, 그것은 옳은 게 아닙니다.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접하게 된 안건모님의 삶 속에서 특히 많은 감명을 받았다.

    극히 배우지 못한 그에게 있어서 책은 삶의 희망 또는 존재의 가치처럼 비춰진다.

    독일의 대 문호 마틴발저(Martin Walser)는 책에 대해서 이런 말을 남겼다.

    '책이 우리의 내면에서 활동할 때 우리는 조금도 수동적이지 않다. 책읽기는 무미건조한 일인가?
    우리는 우리가 읽은 것으로 만들어진다.
    까맣고 하얀 차원이 없는 철자들이 줄 서 있는 데서 우린 색깔을 만든다. 냄새와 동작, 그리고 울림을 만들어낸다.
    책에서 아픔과 불안이 나타날 경우 그것이 우리가 경험했던 아픔과 불안과 더불어 인생에 자극을 주지 못하면 책은 단지 종이로 남아 있을 따름이다.' -

    비록 맥락은 크게 다르지만 조선의 선비 송치규(1759-1838)도 비슷한 말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서란 당초 제 몸을 닦기 위함이 아닌가. 그런데도 과거 시험을 준비하는 자들은 영리에만 급급하고, 외워 암기하고 슬쩍 베껴 표절하는 것만 일삼을 뿐, 성현께서 말씀하신 본 뜻은 살피지 않는다네.
    때문에 책은 책이고 나는 나인 채로 몸과 마음에 얻는 것이 없는 게지.'

    흠...

    과연 나에게 책이란 어떤 존재일까?

    적어도 이 책은 좋은 자극제가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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