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담보바리와 파이브데이즈

    2014. 6. 5.

    by. 셰익스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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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이브 데이즈

    저자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출판사
    밝은세상 | 2013-11-2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새로운 사랑을 만난 5일간의 여정과 희망의 속삭임!현대인들의 고...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더글라스 케네디는 고전문학을 모티브로 한 리메이크 작품의 귀재이다. 

    그의 전작인 ‘빅픽처’는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를, ‘템테이션’은 에밀 졸라의 ‘목로주점’을, 그리고 ‘모멘트’는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를 리메이크한 것이다. 
    이번 작품 [파이브 데이즈]는 ‘마담 보바리’를 충실히 재현해냈다. 원저자인 구스타프 플로뵈르의 내재된 사상까지도 완벽하게 말이다. 

    그저 그런 일상에 파묻혀 살던 주인공 로라는 회사의 세미나 참석을 기회로 운명과 같은 사랑을 하게 된다. 우리는 항상 내가 그때 그랬다면… 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 주인공 로라를 통해서 작가는 그렇게 살아보는 삶이 얼마나 무의미하고 현재가 왜 소중한지를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팔을 다치면서 느꼈던 나의 마음도 주인공 로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처음 팔이 부러진 것을 알았을 때, 그리고 수술을 해야 한다는 것을 통보 받았을 때의 심정은 차라리 팔 하나를 떼어내고 싶을 만큼 절망적이었다. 답답하기도 하고, 충분히 피할 수 있었을 사고를 예방하지 못한 데에 대한 자책감도 상당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것이, 너무 부어서 수술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부러진 뼈를 들고 일을 하면서 조금씩 회복에 대한 욕망이 꿈틀대었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자책감도 누그러지고 절망적인 심정도 완화되었다. 심지어 모두가 아플 것이라고 겁을 주는 수술 직전에는 빨리 고쳐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싶다는 희망의 꽃망울이 심장과 머리 사이에 비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덕분에 적극적이고 담대하게 전신마취하는 수술에 임할 수 있었다. 
    그리고 회복…

    출근준비를 하면서 한 달여 만에 오른손으로 밥 숫가락을 들었을 때의 기쁨은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벅차 오른다. 오른 손으로 밥을 먹는 것이 이렇게 기쁠 줄이야. 깁스를 풀었지만 손목이 돌아가는 것이 어색한 상태에서 시도한 첫 세수.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는 촉감은 정말 따스했다. 
    출근하는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고, 나의 회복을 바라는 가족들이 있다는 데에까지 생각이 미치는 아주 짧은 순간 부끄러운 남자의 눈물이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물방울이 포도주처럼 내 심장을 고동치게 했다. 고동은 벅찬 감동으로 밀려왔다. 고개를 들어 보니 거울 속의 내가 눈물에 젖은 빨간 눈으로 나에게 이렇게 말을 건넨다. 

    “생각해보면 사소한 일상이 얼마나 고맙고 소중한가. “

    불행히도 주인공 로라는 일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전 남편과의 이혼을 통한 고독한 삶으로 죄책감을 용서받기로 한 것이다. 만약 어떤 상황을 선택할 수 있다면 안전하고 조심스러운 길을 택하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실수로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었다면 현실의 자기 위치로 최대한 빨리 복귀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나는 로라에게 말하고 싶다. 당신의 실수는 당신만의 것이 아니며 우리는 모두 실수 투성이들이라고, 그러니 최대한 지금 현재의 모습을 사랑하자고. 그리고 고맙다는 말도 덧붙여야겠다. 로라 덕분에 나의 고통이 아주 심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제 나는 한 달간 있었던 나와의 싸움을 이겨내고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제부터 더글라스 캐네디에게 영감을 주었던 마담 보바리를 신언수 연구원의 글로 한번 살펴보자  

    상류 사교계를 꿈꾸는 엠마 보바리, 격정적 사랑… 헛된 욕망의 끝은 파멸

    어린 시절부터 애정 소설을 읽을 때마다 ‘나에게는 어떤 사랑이 올까’를 꿈꾸던 숙녀가 있었다. 따분하기 만한 농장 생활을 하던 그녀에게 한 줄기 빛처럼 다가온 사람은 당연히 꿈꾸던 미래를 만들어 줄 것 같은 사람이었다. 그녀는 비록 결혼한 경험이 있기는 하지만 외지인이며 의사인 그와 흔쾌히 결혼했다. 하지만 현실은 바라던 미래가 아니었고 남편은 그저 시골 의사일 뿐이었다. 상류 사교계를 향한 그녀의 꿈은 결국 다른 남자에게서 사랑을 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진정하다고 믿었던 사랑은 언제나 버림받았고 결과는 엄청난 빚만 남았을 뿐이었다. 파산을 맞은 그녀는 비소를 먹고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미련하게도 아내의 변화를 감지조차 못했던 남편 또한 아내가 남자들과 주고받은 연서를 읽고 충격인지 아내에 대한 그리움인지 모를 모호한 이유로 벤치에 앉아 쓸쓸히 죽는다.


    프랑스 사실주의 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마담 보바리’의 내용은 단순하다. 제목이나 내용이 주는 통속적이고 외설적인 분위기 때문에, 1857년 출간된 후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법정까지 갔다는 명성(?)을 믿고 성큼 다가선 독자들은 은밀한 내용을 희망하다 결국 허탈감만 안게 된다. 부푼 호기심은 허무감이 된다. 마담 보바리처럼. 어찌 보면 순수하고 어찌 보면 철없는 한 여인의 이야기가 어떻게 혁명과도 같은 문학적 가치가 있는지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고전소설을 문학적 가치로만 읽기에는 따분하고 재미없는 게 사실이다. 문학적 의의만으로 접근한다면 고전 문학을 읽을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고전 읽기가 쉽지 않은 이유도 작품을 소개하는 입장에서 지나치게 의미를 부각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작품의 의미와 가치를 모르고 읽는다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해서 지루할 수 있는 ‘마담 보바리’가 왜 사실주의 문학을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는지 한 번쯤 알아둘 필요가 있다. 

    사실주의 문학의 탄생 배경은 프랑스 혁명을 계기로 구제도가 붕괴하면서 급격하게 떠오른 부르주아 사회, 즉 시민사회의 성장에 있다. 시민사회는 자연과학에 기초를 둔 과학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생겨난 것이어서 자연스럽게 자연과학적 정신이 문학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귀스타브 플로베르는 이 새로운 물결을 새로운 소설 쓰기로 만들어냈다. “형식은 바로 내용 그 자체다”라는 그의 말은 그가 이 작품을 어떻게 썼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며 그것이 왜 사실주의 문학으로 연결되는지 알려 준다. 

    플로베르에게 소설의 소재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실제 있었던 ‘들라마르 사건’을 별다른 가미 없이 작품의 스토리로 사용한 그에게 중요한 것은 이 작품을 번역한 김화영 교수의 말처럼 ‘스타일’이었다. 그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위해 문장의 리듬과 묘사를 중시했는데 한 문장에서 같은 음의 어절이 겹치지 않도록 조율할 만큼 아름다운 문장을 위해 공들였다. 엠마의 삶을 가운데 두고 남편인 샤를르를 처음과 끝에 둔 구성도 독특한 스타일의 완성에 일조했다. 플로베르는 감정이 과장되고 주관적이며 이상적 세계를 추구하는 낭만주의가 아닌, 시민사회, 자연과학적 정신이 요구하는 냉정하고 현실적인 세계를 드러내는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표현을 완성한 것이다. 그래서 그는 사건의 흐름을 중시하기보다 등장인물의 성격과 주변 환경에 대한 묘사를 집요하게 추구했고 주인공 엠마 보바리의 파멸도 그렇게 그려냈다. 자연과학자처럼 대상에 대한 냉철한 관찰과 객관적 인식을 표현해 독자가 등장인물들의 불행을 스스로 느낄 수 있게끔 한 것이다. 바로 이것이 이 작품을 사실주의의 대표작으로 만들었다. 당시만 해도 도덕적이고 절제된 여성의 삶에서 크게 벗어난 주인공 엠마의 격정적인 사랑 타령은 그 시대에서는 파격 그 자체였다.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문체의 아름다움을 원서가 아닌 번역서로 느끼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불문학을 전공한 사람들에게 실제 프랑스 문학 작품이 어떠한지 물으면 세상 사람들이 인정하는 만큼 ‘멋지다’라고 말한다. ‘마담 보바리’만 해도 플로베르가 공들여 선택한 서술어의 변화는 미묘한 인물의 심리를 세밀하게 드러내는 데 한몫한다고 한다. 우리말 ‘까맣다’, ‘새까맣다’, ‘거무스름하다’ 등이 같은 형용사인데도 전하는 의미가 조금씩 다른 것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번역된 ‘마담 보바리’에서는 얼마만큼 치열하게 객관적인 묘사를 하고 있고 단어의 차이가 어떻게 다른 의미로 해석되는지 충분히 느끼기는 어렵다. 물론 번역이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사실주의 완성이라는 가치를 찾기에는 어떤 번역이든 언어의 차이를 완벽하게 극복할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지금과 다른 시대를 이해하는 것도 다가섬을 저해한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고전을, 현재와 동떨어진 시대의 이야기를 읽어야 할까. 고전 문학은 시대를 관통하며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 문학이든 해외 문학이든 고전은 인생의 깊이를 간접 경험하면서 삶의 방향을 올바르게 잡아가도록 하는 일종의 내비게이션 기능이 있다. 무엇보다 인간 본질의 문제를 날카롭게 파헤치고 있다는 공통점이 우리가 고전을 읽어야 할 이유다. ‘마담 보바리’도 마찬가지다.

    또 다른 ‘세월호 선장’이 우리 사회 안에 있는 것처럼 ‘엠마 보바리’ 또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이다. 자신의 세계에 갇혀 현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오로지 과거와 미래만 좇는 ‘보바리즘’에 빠져 있는 사람이 너무 많다. 모성애마저도 자신의 감정에 따르는 허약한 엠마나 쾌락을 누릴 수 있다면 도덕과 윤리는 저버려도 된다고 생각하는 엠마의 두 연인 레옹과 루돌프, 친절마저도 자신의 손익계산서로 보는 오메와 뢰르의 모습은 150여년이 흘러도 도처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들은 모두 한 번도 상대방을 바라보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 자신의 생각이 중요하고 그 생각으로 행동한다. 작품에서 가장 피해자일 수 있는 샤를르조차도 엠마에 대한 사랑이 일방적이다. 예전에도 그랬듯이 지금도 그럴 것이라 믿어버린다. 자기가 주는 사랑의 실체만을 보는 것이다. 상대방의 현실을 보지 않고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 절망적인 결과가 올 수 있음을 아무도 믿지 않는다. 

    프랑스 철학자 사르트르는 그의 책 ‘말’에서 “사람은 저항함으로써만 자신을 확정해 나갈 수 있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나는 속속들이 불확정적인 존재였다”라고 했다. 아홉 살 때부터 ‘마담 보바리’를 읽었다는 그의 말에 비쳐 보면 플로베르는 주어진 인생을 저항해 새롭게 자신을 확정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권위적인 아버지와 냉정한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늘 주눅든 어린 시절을 보냈고 일곱 살까지도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해 집안의 골칫거리였던 그가 결국 자신과의 투쟁을 통해 위대한 작가가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엠마 보바리는 불행하게도 자신의 삶에 저항하지 못한 가녀리고 ‘불확정한’ 인물의 표상일 뿐이다. 

    엠마가 곧 자신이라고 말한 플로베르의 말은 어떤 의미인지, 마지막 장면만 스무 번 넘게 읽었다는 사르트르의 몰두는 무엇 때문인지 이 책을 통해 느끼길 바란다. 


    ■ 귀스타브 플로베르는 

    佛 사실주의 문학의 창시자… 스스로를 열성적 낭만주의로 규정 

    귀스타브 플로베르(1821~1890)는 시립병원 외과 의사의 아들로 프랑스 루앙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로부터 과학적 사고를 이어받으며 플로베르는 사실주의 문학의 창시자가 될 수 있었다. 사실주의는 사물과 현상의 올바른 모습을 묘사하려는 사조를 말한다. 한편으로 플로베르는 낭만주의 영향을 받았는데, 그의 작품 속 문구의 심미성에서 이런 측면이 드러난다. 플로베르 자신은 ‘마담 보바리’로 인해 사실주의 작가로 자신을 평가하는 데 거부하며 스스로를 열성적인 낭만주의로 규정했다고 한다. 

    플로베르는 파리대학 법학부에 다니던 중 간질과 비슷한 증세의 발작을 한 뒤 본격적으로 문학 작품을 썼다. 1957년 ‘마담 보바리’ 때문에 ‘악의 꽃’을 쓴 샤를 보들레르와 함께 풍기문란죄로 법정에 서면서부터다. 소송이 진행될수록 소설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인기 소설이 됐다. ‘살람보’, ‘감정교육’, ‘세 가지 이야기’ 등의 작품을 남겼다. ‘비계덩어리’, ‘목걸이’ 등을 쓴 모파상에게 영향을 끼쳤다. 


    *팁: 글에 제시된 <마담 보바리>는 민음사에서 출간된 제목을 따른 것이다. 출판사에 따라 제목이 ‘마담 보봐리’, ‘보바리 부인’, ‘보봐리 부인’일 수도 있다.



    마담 보바리

    저자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00-02-2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스타일의 기적 ― 통속적인 불륜의 시나리오가 소설 문학의 성서가...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신언수 한우리독서토론논술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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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서울신문 <읽어라 청춘>면 연재를 위해 한우리독서토론논술 연구원들이 작성한 내용을 바탕으로 하며,

    서울신문 홈페이지에서도 확인하실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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