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은 새의 선물이다.

    2014. 3. 28.

    by. 셰익스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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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의 선물

    저자
    은희경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0-12-1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대형신인의 산실, 문학동네소설상 제1회 수상작 _하나의 장르가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죄송한 일이지만 저에겐 여류작가의 소설이 매우 낯섭니다

    겨우 신경숙... 정도를 좋아할까 말까입니다

    공지영님의 작품은 죄송하게도 거의 읽어본 적 없습니다. 괜찮다 다괜찮다 정도.... 하지만 이것은 인터뷰집입니다. 여성 특유의 아기자기함을 잘 견뎌내지 못합니다


    예전에 김영숙이라는 만화가가 있었습니다. 일본 번역작품이 판을 이루던 시기에 한국인으로서는 독보적으로 유명했던 순정만화이 1위의 작가이죠.  이 사람이 남자라는 소문이 있었습니다. 달려라 하니를 쓴 이진주는 본명이 이세호라고하는 SF만화를 그렸던 남성작가입니다. 순정만화로 업종을 전환하여 빅히트를 기록한 이면에 무명시절도 상당히 길었던 것이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먹고살기 위해 여성만화를 그리던 남성들이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그때는 미처 몰랐습니다. 심지어 읽기도 힘든 여성의 코드를 남자의 입장에서 창작하다니 말이죠은희경은 그렇게 나와는 관계가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인가 한우리북카페에서 우연히 여성작가에 대한 투표를 한 적이 있습니다.


    http://cafe.naver.com/hanurimom/95820


    첫 번째, 양귀자의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초대형 대표작 <원미동 사람들>로 문학적 가치를 인정받은 양귀자가 작정하고 쓴 패미니즘 소설입니다.

    문학적 가치가 어떠하다는 평가를 떠나, 여자가 남자를 감금한다는 설정은 당시로서는 매우 파격적이었습니다.

    남성 중심의 폭력적인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과감하게 수면 위로 올렸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여성들에게 찬사를 받았죠.

    다른 것은 몰라도 제목 하나만은 정말 기가 막히게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두 번째, 공지영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오늘날의 공지영을 있게 한 대표작이지요. 최근 여러 방면에서 활약하는 저자의 관점이 명확하게 드러난 작품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살아간다는 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진지하고 예리하게 그렸지요.

    역시나 제목이 매우 선동적이고 오래 기억에 남을 만큼 인상적인데 남성들에게는 거부감이 드는 제목이었다고도 합니다.

    당시 이 책을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방향을 찾게 되었다는 여성분들이 꽤 많았었습니다. 

     

    세 번째, 신경숙의 <풍금이 있던 자리> 

    작품이 나왔다 하면 세간의 주목을 집중시키는 소설가 신경숙의 초창기 단편집입니다.

    모두 9편이 수록되었는데, 특히 표제작인 '풍금이 있던 자리'는 신경숙적인 문체의 서막을 알린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내면적인 감수성에 호소한다는 데에서 한계점을 찾으려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 시절 이 작품을 몇 번씩 읽으며,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마음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많은 분들이 좋아했던 작품입니다.  

     

    네 번째, 김형경의 <세월>

    자신이 고스란히 겪었던 일을 토대로 쓴 김형경의 자전 소설이지요.

    여성으로서는 겪지 않아야 하는 고통을 겪으며 이를 이야기로 드러냈다는 데 매우 놀랐던 작품입니다.

    여자아이가 여성으로 자라나는 과정을  통해 세상을 사는 게 녹록치 않구나 싶은 생각을 많이들 했지요.

    세월이 흘러도 읽히는 힘이 있는 작품입니다. 

     

    다섯 번째, 은희경의 <새의 선물>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한 소녀의 고민과 방황을 그린 소설입니다.

    까마득하게 오래 된 사춘기 소녀 이야기이지만 지금 봐도 촌스럽거나 동떨어지지 않고 세련된 작품이지요.

    등단한 첫 해 쓴 장편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은희경의 유머러스하면서도 날카로운 시선이 살아있습니다.

    생생한 묘사를 통해 진실을 전달하는 이 책으로 은희경이라는 작가를 더욱 주목하게 되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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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게시물의 댓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2013/11/25 09:34답글

    단언컨대, 
    은희경 새의 선물 아닐까요, 몇번을 읽었는지요~~~
    아,,책장을 휙 둘러보니 책의 모습이 보여서 또한번 읽고싶네요.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이런 댓글이 달릴까. 해서 드디어 저에게는 성역과도 같은 여성 작가의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12살 은희는 이모와 할머니와 함게 살고 있습니다. 세를 주는 집이니 살림살이는 제법 갖춰놓고 있는 편입니다. 잘 사는 집 아이죠. 아이 입장에서 바라보는 할머니의 모습은 이렇습니다. 


    "내가 나약하게 자랄 것을 염려해서인지 할머니는 내게 드러내놓고 애정표현을 해본 적이 없다. 정이 뚝뚝 듣는 말을 들으면 나는 감동하기보다는 유치함을 느끼도록 길러졌다. 또한 내가 할머니를 통해서 은연중에 배운 바로는, 감정의 균형을 유지해야만 타인에게 굴복당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나는 감상을 싫어하거나 혹은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 전쟁영화에서 기둥에 묶여 총살을 기다리는 포로를 볼 때 마음이 조마조마하긴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가 비록 목숨을 잃을 위기일발의 상황에 처하긴 했어도 그렇게 손을 등 뒤로 하고 묶여 있으니 굽은 등뼈를 펼 수 있어 시원할 거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사랑이 아무리 집요해도 그것이 스러진 뒤에는 그 자리에 오는 다른 사랑에 의해 완전히 배척당한다. 그것이 사랑이라는 장소가 가지는 배타적인 속성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랑, 새로운 사랑은 언제나 가능한 것이다.

     운명적이었다고 생각해온 사랑이 흔한 해프닝에 지나지 않았음을 깨달았을 때 사람들은 당연히 사랑에 대한 냉소를 갖게 된다. 그렇다면 다시는 사랑에 빠지지 않을 것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사랑에 빠지는 일에 대한 두려움이 없기 때문에 그들은 얼마든지 다시 사랑에 빠지며, 자기 삶을 바라볼 수 있는 거리유지의 감각과 신랄함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집착 없이 그 사랑에 열중할 수가 있다. 사랑은 냉소에 의해 불붙여지며 그 냉소의 원인이 된 배신에 의해 완성된다.

     삶도 마찬가지다. 냉소적인 사람은 삶에 성실하다. 삶에 집착하는 사람일수록 언제나 자기 삶에 부평을 품으며 불성실하다. 

     

     삶이란 장난기와 악의로 차 있다. 기쁨을 준 다음에는 그것을 받고 기뻐하는 모습에 장난기가 발동해서 그 기쁨을 도로 뺏어갈지도 모르고 또 기쁨을 준 만큼의 슬픔을 주려고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너무 기쁨을 내색해도 안 된다. 그 기쁨에 완전히 취하는 것도 삶의 악의를 자극하는 것이 된다. ... 그리고 한편으로는 누구의 삶에서든 기쁨과 슬픔은 거의 같은 양으로 채워지는 것이므로 이처럼 기쁜 일이 있다는 것은 이만큼의 슬픈 일이 있다는 뜻임을 상기하자. 삶이란 언제나 양면적이다. 사랑을 받을 때의 기쁨이 그 사랑을 잃을 때의 슬픔을 의미하는 것이듯이. 그러니 상처받지 않고 평성속에서 살아가려면 언제나 이면을 보고자 하는 긴장을 잃어서는 안된다."


    참으로 가슴에 와 닿는 구절입니다. 


    읽어보니 이 작가의 글은 신경숙과 공지영의 사이쯤 위치한 것 같습니다. 신경숙은 제가 좋아하는... 아니 대한민국 국민이 좋아하는 작가이구요. 

    공지영은 여성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작가임에 틀림이 없으니 그 사이라는 말이 아주 틀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새의 선물에서 진희의 견해에 따르면 여자는 사랑을 받아야 하며, 또 올바른 사랑을 선별해 낼 줄 알아야 합니다. 똑똑해야 하며 합리적이어야 합니다.   

    복잡한 것이 여성이지만 그만큼 피곤하겠다는 생각을 참 많이 하게 되더군요. 


    딱히 다른 곳에서 겪어보지 못한 여성의 심리가 참 많이 등장하는 데, 특히 진희가 남성의 성기를 의식하기 시작한 이후부터 시선이 자꾸 바지지퍼로 가는 부분이 참 재밌었습니다. 생각 못했지만 그럴수 있겠더군요. 남자들도 이성을 볼때 시선이 가는 곳은 정해져 있잖아요. ㅎㅎ


    유쾌한 성장기죠. 이 책을 보면서 제 딸이 스므살이 되면 꼭 선물해주고 싶더군요. 이걸 선물해 준다고 제가 새가 되는 건 아니겠죠?  


    진희를 보면서 저희 딸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그리고 좋은 놈을 만나길 바라는 부모 입장에서 이런 책을 선물로 줄 수 있는 남친을 만났으면 하는 생각을 잠깐 했습니다. 여성뿐 아니라 여자를 이해해야 하는 남성들에게도 참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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