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말을 믿으세요? 파이이야기

    2013. 2. 22.

    by. 셰익스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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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이야기하고 싶어지는 책을 만났다.

    파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책을 보는 내내 수없이 많은 생각이 들게 되었다. 이 작품의 매력 포인트는 무엇보다 대단히 신선한 소재이다. 그리고 종교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다.

    영화를 보았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서 처음에는 작품에서 이야기 하는 것이 이런것이 아닐가 생각했다.

    생태계에서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대립하지만 공존하는 관계를 보여주는 일종의 교훈.

    사실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가장 표면에 내세우고 싶었던 것은 어쩌면 많은 위험으로부터 이겨내고 버텨내면서 서로 의존하면서 살아가는 훈훈함이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속에는 종교에 대한 다양한 접근을 시도하는데, 유난히 흥미로운 대목이 있었다.

     

    무신론자들이 죽어가면서 마지막으로 하는 말을 상상할 수 있다.

    "하얗군, 하얀색이야! 사-사-사랑! 아, 하느님!" 죽으면서 믿음이 생긴다.

    반면에 불가지론자들이 정신을 놓지 않는다면, '메마르고 누룩 없는 사실주의'를 지탱할 수 있다면,

    몸을 감싸는 따스한 햇살에 "뇌-뇌-뇌의 산소가 부-부족하군" 이라고 하리라. 마지막까지도 상상력 부족으로 더 좋은 이야기를 놓치고 말겠지. - P 87

     

    위 글에서 보면 기적에 필요한 것은 신의 도움이지만 결국 그 기적을 완성시키는 것은 인간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는 무신론자 조차도 종교인의 범주에 포함시킨다. 죽는 순간까지 신이 아닌 곳으로 갈지 아니면 그대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라고 해도 믿음이 곧 종교라는 것이다.   

     

    후반부에서 이 작품의 진가가 나타난다.

    생생한 묘사와 상어와 호랑이의 싸움이라는 동물학자들 조차도 검증하기 힘든 감당하기 부담스러운 리얼리티까지 상상의 나래를 편다. 바다거북을 칼로 발라내서 컵에 피를 먼저 받아 마시고(비린내가 안나고 시원하다고 한다) 시식하는 장면 또한 제법 그럴싸하지만, 거북을 먹어본적 없는 사람들로써는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길이 없다. 하지만 광활한 바다와 어울어지면 멋지게 상상해볼 수 있는 여지는 있다. 그것은 모비딕에 주인공 이슈메일이 돛의 맨 윗부분인 경계초소에서 혼자 밤바다를 보면서 감상에 젖는 부분을 뛰어넘는 매력적인 부분이다.

     

    파이는 과연 어떻게 호랑이와 단둘이 227일동안 공존할 수 있었을까?

     

    내가 바다에서 동물을 조련하고 목숨을 건졌다면, 그건 리차드 파커가 날 공격하고 싶어하지 않은 덕분이다. 호랑이는, 아니 모든 동물은 우위를 가리는 수단으로 폭력을 쓰려하지 않는다. 동물이 맞붙어 싸울 때는 죽이려는 의도가 있는 경우고, 이대 자신이 죽을 수도 있음을 잘 안다. 충돌에는 큰 희생이 따른다. 그래서 동물들은 최후의 대결을 피할 의도로 경계하는 신호체계를 갖추고 있다. - 257

     

    작가의 이런 설명이라면 호랑이와 함께 살았다는 것에 납득하지는 못해도 아주 매몰차게 부정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리차드 파커는 호랑이의 이름이다. 이름이 이 책의 재미있는 볼거리 중에 하나다. 주인공의 이름은 파이(3.17)이고 호랑이의 이름은 잡은 사냥꾼의 이름이 잘못 전달되서 만들어진 리차드 파커인 것이다.

     

    3부로 넘어가면서 작가는 갑작스럽게 쌩둥맞은 이야기를 거낸다. 그리고 우리에게 이런 생각을 갖게 한다.

    '호랑이가 진짜 인간과 지낸다는게 가당키나 한걸까?'

     

    모비딕과 로빈슨크루소를 읽고 비슷한 무언가를 더 읽고 싶었다면 꼭 읽어보라. 그리고 영화의 아름다운 영상도 놓치지 마시길.  

    다 읽은 지금 이야기의 내면도 들여다 볼 수 있도록 주변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진다. 책은 파이의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긴 여운을 주체할수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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