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가 가르쳐 주는 논어 - 최인호의 "소설 공자"

    2012. 7. 23.

    by. 셰익스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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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석영, 박범신, 최인호 

    요즘 대한민국을 흥분시키는 아버지들의 이름이다(세 분 모두 우리 아버지와 비슷한 연배이심). 

    황석영의 "개밥바라기별"은 너무나도 짙은 향수를 자극하여 친한 고등학교 동창놈들에게 여러권 돌렸다. 우리시대의 명작이라고 감히 꼽을 만 하다. 

    박범신의 "은교" 또한 루이제 린저의 "삶의 한가운데" 이후 가장 아름다운 서간체 문학으로 최근 대한민국에서 가장 사랑받은 작품이다. 

    이제는 최인호의 차례인가? 엄청난 존재감으로 다가온 이 문학적 해갈은 한동안 독서소강상태였던 나에게는 기쁨의 샘과 같은 존재이다. 


    한참 재미있게 읽던 시오노 나나미의 "십자군이야기"를 감히 2권에서 멈추게 만든 최인호 작가의 "소설 공자". 

    결론부터 말하면 십자군이야기보다 훨씬 재미있었기에 읽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내가 좋아하는 시오노 나나미를 내려두고 최인호의 "소설 공자"를 선택할 수 있었던 데에는 지난 연말에 읽은 겨울나그네의 역할이 컸다. 

    마침 송중기와 한예슬의 "티끌모아 로맨스"라는 영화에 이모가 좋아했던 겨울나그네가 등장했고, 원작을 읽어볼 과감한 생각에 서점 문을 두드린 것이다.



    완전 신세대 적인 감각으로 되살아난 겨울나그네.

    책을 잡는 순간 순식간에 읽어내려갔다. 


    모름지기 작가란 이 정도는 되어야하는 것이라는 듯 거침없이 써내려간 필치가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정말 잘 읽혔다. 줄거리도 좋았지만 나는 문체와 구성에 더 좋은 점수를 주고싶다. 

    아직 우리시대 작가의 작품에까지 가까이 하지 못했던 내 머릿속에 확실히 각인된 이름 석자 최. 인. 호 


    그래서 아무런 거침없이 "소설 공자"를 선택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무슨일이건 희생은 따르는 법. 이 책 때문에 주말에 아무것도 못했다. ㅜ.ㅜ 도무지 한번 잡으면 멈추지 않는다.  


    무엇보다 구성이 좋다. 

    이 말을 과연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 주유열국이라 불리우는 전국시대 방랑을 중심으로 시대별 정리가 되어있어서 공자에 대한 교과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주 재밌게 쓰인 교과서. 

    일단 첫 장이 시작하면 슬슬 분위기를 달구다가 하나씩 하나씩 중요한 순서로 엮은 후에 마무리를 해낸다. 모두 실제 사실에 근거하여 읽는 이의 지적호기심을 완벽하게 충족해 내는 건 이 책의 최고의 미덕이다.


    논어를 어릴때 삼중당문고로 본 나에게 체계적인 공자의 인생에 대한 조망은, 이제야 무언가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겠구나 하게 만든 최인호의 선물일까? 주말에 도서관에서 논어에 관한 책을 서너권 빌려왔다.  



    구성이 좋다는 말에 공자, 노자, 안자가 함께 등장하게 만든 것도 포함이 될 것이다.   

    도입부분에 안자와 노자를 공자와 동시대에서 함께 조망한 것이 이 책을 빛나게 한 근본적인 이유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도교와 유교사이의 근본적인 차이점도 이번 기회에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우리 집의 아버지가 보시던 "안자"가 엄청나게 훌륭한 인물이고 춘추전국시대에 제나라의 안영명이라는 사실도 그래서 알게 되었으니까...  




    그래서 벌써 이 책의 1권을 읽고 있는 중... "소설 공자"를 보고 안자와 노자가 너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작가 미야기타니 마사미쓰와 최인호가 45년생 동갑이라는 사실도 재미있다. 그러나 인터넷 서점에서 찾아보니까 안타깝게도 절판된 모양이어서 직접 사진을 찍어서 올려본다.  

     


    아... 한 권으로 끝나서 너무 아쉽다. 하지만 "소설 맹자"가 함께 나왔으니 그나마 다행인가? 


    요즘 안철수가 화제다. 그만큼 대선을 앞두고 국민들의 염원은 올바른 정치에 있다는 뜻이다. 

    공자가 했던일이 정치와 무관하지 않은 만큼 읽는 내내 이번 대선에 작가가 던지는 메시지들이 인상적이다. 

    내 아버지 뻘 되는 이 작가들이 아직 내 곁에 있고 이들과 함께 숨쉬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축복인가. 

    그것은 작가가 공자의 입을 빌어서 던지는 이 시대 아버지들의 메시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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