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교 - 청춘을 지나보낸 연인들에게 고함

    2012. 5. 8.

    by. 셰익스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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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문화계의 가장 큰  화제 중에 하나는 단연 '은교'지요.  


    다 읽고보니 작가가 밤에만 쓴 작품이니 밤에 읽어주기 바란다고 쓰셨더군요. 아시다시피 이 작품은 칠십세 노인과 열일곱 여고생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생소한듯 하지만 문학사적으로 따지고 보면 그렇게 새로울 것은 없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도 배다른 형제들의 이야기입니다. 그의 또다른 장편소설인 '미성년'에서도 아버지뻘 되는 지주와 십대 소녀의 사랑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즉 고전에서도 즐겨다루던 소재이지요. 무엇보다 가장 잘 알려진 또 하나의 '은교'는 72세 괴테와 19살 울리케의 사랑입니다. 마틴 발저는 괴테와 울리케의 사랑을 소설 '괴테의 사랑'이라는 작품으로 후대에 널리 알렸습니다. 이른바 은교의 모티브가 되는 셈이지요.  
    그 작품에서 괴테는 울리케를 집적거리는 한 귀족의 아들을 멋지게 따돌리기까지 하고, 장미꽃으로 사랑고백을 합니다. 울리케는 그런 괴테에게 호감을 보입니다. 그러나 소설인 만큼 지나치게 과대포장한 면이 있다고 봅니다. 실제로 괴테는 그로부터 몇년 후에 사망하기 때문이지요. 그런면에서 은교의 주인공인 70세의 이적요시인의 사랑이 차라리 솔직합니다. 제자인 서지우를 질투하는 모습이 유난히 디테일한 부분 또한 이 작품의 가치를 상당히 드높히는 부분입니다. 

    톨스토이는 그의 단편인 '세르게이 신부', '악마', '크로이체르 소나타' 등의 작품에서 성욕을 아름다운 청춘의 발화로 표현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그는 늙을 때까지 꺽이지 않는 성욕때문에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는 인간에게 주체할 수 없는 성욕은 차라리 벌에 가깝다는 것이 톨스토이가 고통이라고 표현하는 시발점이 되는 셈이지요.  
    은교의 문제의식은 바로 여기서 출발합니다. 즉, 노인의 사랑도 아름다울 수 있습니다. 결코 변태적인 사랑이 아니라는 것이 작가가 가진 의도이겠죠. 그러나 사회적인 시선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게 사랑에 빠진 사람에게는 충격인거죠.  
    '은교'의 작가 박범신은 두 주인공의 데이트를 일반적인 사랑의 눈높이와 동일하게 표현하는 데요, 그런부분이 지극히 공감되는 부분입니다. 단 둘이 있는 공간이지만 남의 눈치를 봐야하는 사랑. 아름답지만 슬픔을 동반할 수 밖에 없는 애절한 사랑... 그게 바로 은교의 본질입니다.   

    아직 영화는 못봤습니다만 보게 된다면 영화적으로 표현된 많은 부분은 지나치게 상업적이고 부담스럽게 담아내지 않았을까 우려됩니다. 

    어떤 예술이든 '사랑'을 주제로 한 작품이 오래 사랑을 받는 것을 보면 사랑은 인간의 가장 보편적인 정서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나이가 들어도 이성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커지죠... 
    '은교'는 이미 청춘을 떠나 보낸이들의 사랑을 과감하게 이야기 한 솔직한 담론으로써 그 가치가 충분한 작품입니다. 많이들 보시고 우리네 현실 속의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어보았으면 하는 멋진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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