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러진 화살과 에밀졸라

    2012. 2. 9.

    by. 셰익스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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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로주점 1 (양장) - 10점
    에밀 졸라 지음, 박명숙 옮김/문학동네

    '부러진화살'이 요즘 인기다. 오랜만에 보는 스타일의 영화이다.

    개봉된지 좀 된 '화려한 휴가'라는 영화를 보고난 느낌과 약간 비슷하기도 하고, 주저할 수 없는 안타까움이 묻어나기도 하는 만감이 교차하는 작품이다.

    이 영화 말미에 '드레퓌스 사건'을 언급한다. 그 드레퓌스사건의 올바른 판단을 촉구하다가 자기나라에서 쫓겨난 지식인이 있다.
    그가 바로 '목로주점'과 '나나'의 작가인 에밀 졸라이다.

    에밀졸라는 인간이 잘살고 못사는 것은 유전적인 요인이라는 '다윈의 진화론'에서 영감을 얻은 소설인 <루공 마카르 총서>를 구성한다. 하나의 작품이 아니라 그 사람과 사람간의 뿌리를 연결시킨 일종의 도표와 같은 연작소설이다.

    시작은 창세기에 버금가는 논리적인 구도에서 발생한다. 아델라이드 푸크라는 정신병력이 있는 여자가 결혼 상대인 가난하지만 착한심성을 가진 농부 루공과, 그가 죽은 뒤 애인으로 삼은 주정뱅이 부유한 밀수업자 마카르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그 각자의 유전자에 따라 살아가는 모습을 그렸다.

    이 책이 주장하는 것은 '지금의 인정하기 어려운 내 모습은 내가 만든 것이 아니라 이미 유전적인 요인에 의한 필연적인 상황'이라는 것이다.

    목로주점은 마카르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제르페즈라는 여인의 이야기이다. 그 작품에서 제르페즈의 두번째 남편인 쿠포는 착하고 건실하지만 사다리에서 떨어져서 다리가 부러진 이후, 망가진 인생을 살아간다.

    사다리에서 떨어진 직후 쿠포는 '나처럼 성실하고 착한 사람에게 왜 이런 시련이 오는가'하면서 울부짖는 장면이 나온다. 작가는 이것이 바로 그의 운명적인 유전자라는 것이다.

    작품 곳곳에 나오는 말이 특히 인상적이다.

    열심히 일하고 가게도 잘되는 거 같은데 좀처럼 빚은 줄어들지 않는 다는 것이다. 직원도 10명 가까이 거느렸지만 살림살이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에밀졸라는 목로주점 이후에 발표한 '나나'와 '제르미날'이라는 작품도 유명한데,

    이 제르미날이라는 작품에서 보면 유전자에 따른 신분의 차이는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

    도무지 노동자는 부르조아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작품의 주제이다. 결국 노동자들은 파업을 하고 부르조아들과 싸우게 된다.

    '나나'는 제르페즈와 구포사이에 태어난 딸의 일생이고, '제르미날'은 제르페즈와 첫번째 남편 랑티에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에티엔의 일생을 다룬 작품이다.

    이와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1898년 에밀졸라는 당시 유대인이었던 장교 드레퓌스가 아무런 물증없이 종신형에 처하는 상황을 보고 분개하게 된다. 당시 유럽에서 만연했던 마녀사냥식재판의 대표적인 사례인 것이다.

    자신이 소설속에서 그리던 비참하고 말이 안돼는 실상이 현실에서 버젓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리고 신문에 <나는 고발한다>라면서 드레퓌스를 옹호하는 글을 게재한다. 참여하는 지식인의 참 면모를 보여준 것이다.

    결국 프랑스 정부에 의해 쫒겨나지만 그후 정권이 바뀌면서 복권되어 화려하게 귀국하게 된다.

    부러진 화살에서 보면 100년전 발생한 이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대한민국에서도 버젓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에밀졸라의 책을 읽다보면 비단 이 사건뿐이 아니다. 그당시 모든 프랑스의 상황이 현재의 한국과 얼마가 유사한지 말도 못한다. 
    정말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P.S. : 목로주점을 읽은 여운이 가시기 전에 '제르미날'을 구매하고자 했으나 절판이 되어서 중고로 구매했다. 그것도 택배비빼고 2천원이나 더주고 말이다.
    이 제르미날 역시 무지무지 잘 쓰여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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