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두가 기다리던 명작의 탄생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2021. 3. 31.

    by. 셰익스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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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성수동 나누리 잡화점이라는 곳에서 가맥을 했다. 오래전 동네 가게를 그대로 재현한 듯한 비주얼에 술맛도 좋았던 곳이다. 창의적이다. 재미있다. 이런 생각을 하며 인스타그램에 포스팅까지 했다. 이 집의 '버터명란'이라는 안주는 특히 일품이었다. 

     

     

    한참 뒤에 코로나로 가족들이 처가에 가서 혼자 영화를 볼때였다. 

    넷플릭스도 지겹고 하여 오래전 다운 받아둔, 원작은 재미있게 읽었지만 영화는 그닥 흥행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라는 영화를 틀어보고 깜짝놀랐다. 복고풍이라고 생각했던 나누리 잡화점이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세트장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성수동 나누리 잡화점의 사장은 아마 재미있으라고 나미야잡화점과 이름도 비슷하게 가게를 만들었을 것이다. 영화는 흥행하지 못했다고 해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원작은 오랜 기간 베스트셀러였으니까. 그런 줄도 모르고 복고풍 성수동에 우리 식 옛날 가게를 만들었다고 착각한 사람은 사실 별로 없으리라.

     

    하지만 매우 괘씸하고 뭐랄까... 어처구니 없었다. 어쩌면 우리 식의 복고를 나눌만한 콘텐츠가 없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여러모로 씁씁했다. 누구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찍 읽었고 주변에 추천도 많이 할만큼 애착이 가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서론이 길었는데, 사실 이 책을 번역한 옮긴이 양윤옥씨의 글이 재밌다.

     

    "누구에게나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대중적이면서도 깊이를 잃지않는 명작을 '드디어' 써냈다는 느낌이다."

     

    평소에 좋아하던 작가의 작품을 번역하면서 좋은 작품에는 응원하고 재미없으면 누구보다 아파했던 옮긴이의 심정이 그대로 느껴진다.

    그렇다. 이 책은 매우 오랫동안 읽힐 책 임에 틀림이 없다.

     

    상상력이 참으로 놀라운 나미야잡화점의 기적은

    33년전에 운영했으나 지금은 문을 닫은 어느 잡화점에 세명의 도둑이 숨어들면서 시작된다.

    이 잡화점은 그냥 가게가 아니라 마음씨 좋은 노인이 아이들의 고민을 상담해주던 가게이다. 처음에 장난삼아 했던 것이 진지한 상담이 들어오면서부터 점차 흥미를 더해가게 된다. 

     

    비틀즈를 좋아하던 어느 소년의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아버지의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모아두었던 비틀즈 앨범을 떨이에 친구에게 판 소년 고스케.

    어느날 존 레논의 사망소식에 충격을 받으며 비틀즈의 다큐멘터리 영화'THE BEATLES'를 보게 된다.

    야반도주를 계획하는 부모님이 싫어서였을까. 영화에서 맴버들은 이미 마음의 끈이 끊어진 듯 보였고, 결국 그렇게 맴버는 해체된다.

    그리고 가족들로부터 도망치기에 이른다.

    오랜 세월이 흐르고 오십대 중년이 된 소년은 Fab 4라는 BAR에서 술을 마시다가 우연히 그날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다시 보게 된다.

    그런데 그 모습이 예전에 보았던 해체전의 분위기가 아니었다. 너무도 연주에 열중하고 서로를 아끼는 맴버들이 아닌가. 

    결국 소년의 마음상태가 같은 영화에 다른 이미지를 불러 넣은 것인지 모를 일이다. 그때 아버지를 따라 가지 못했던 자신이 밉기도 했던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책은 구성도 매우 독특하다.

    이야기가 처음부터 시차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다섯개의 장으로 각자의 삶이 펼쳐지다가 한 점에서 만나는 방식을 취했다. 그곳은 나미야 잡화점과 환광원이라는 고아원이 된다. 그리고 각자의 사연이 너무 다양하고 재미있어서 매력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일본소설이 얼마나 잘 읽히는가를 히가시노 게이고를 통해서 다시한번 알게 된다.  

    물론 쉽게 읽히는 것이 단순히 일본 책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작가는 어릴적에 책 읽기를 싫어했다고 한다. 하루는 학교에서 담임이 아이에게 너무 만화만 읽히지 말라고 했단다.

    엄마가 이 아이는 만화책 조차 읽기 싫어한다고 하니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그럼 우선 만화책부터 시작해보자" 고 하셨단다.

    그래서 히가시노 게이고는 책을 쓸 때 나같이 책 읽기 싫어하는 사람을 상정하고 쓴다고 한다. 그러면 쉽게쓰게 된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한편의 동화같은.

    힐링독서의 결정판.

     

    오늘 스트레스 때문에 화가 많이 났었는데 단번에 풀린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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