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호의 [중국인이야기] ::: 어느 독재자의 죽음_싱가포르 리콴유와 중국 마오쩌둥의 효율성과 공평성

    2015. 3. 25.

    by. 셰익스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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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민, 인민이야말로 역사의 발전을 촉진하는 결정적인 힘이다. "

    - 마오쩌둥 어록 중에서

     


    "싱가포르에서 껌을 씹다가 바닥에 버리면 벌금낸다"는 말 다들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그렇게 싱가포르를 깨끗하게 만든 인물 리콴유가 어제 향년 91세로 타계했다. 리콴유는 경제 발전을 이룩하였고, 개발 도상국에서 흔히 일어나는 부정부패나 환경 오염, 범죄를 거의 완벽하게 차단한 인물로 알려져있다. 리콴유는 깨끗한 정부를 유지하기 위해 공무원의 임금을 사기업 수준으로 높였다. 또한 마약은 물론이고 거리에 껌을 뱉거나 작은 쓰레기를 버려도 큰 벌금을 물리며 공중 도덕 의식을 강조했다. 그 결과 리콴유가 초대 총리로 취임해 1990년 퇴임할 때까지 26년간 총리로 재임하는 동안 싱가포르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국가가 되었다. 


    그런 리콴유에게는 별명이 있다. 바로 '싱가포르의 히틀러'이다. 


    2004년에는 리콴유의 맏아들이 싱가포르 제3대 총리로 취임하면서 세습까지 이어지고 있다.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심각한 인권 침해나 무력 동원은 없었지만, 벌금이나 태형을 통한 강압적 법치, 그리고 집회·결사의 자유나 언론의 표현을 억압하며 사회를 지나치게 통제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리콴유는 비판을 허용하지 않았다. 퇴임 후에도 선임 장관, 고문 등의 직함을 맡아 꾸준히 영향력을 행사했다. 


    리콴유의 죽음에 대하여 보수신문과 진보신문의 논조가 갈라지는 것만 봐도 앞으로 많은 후문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성장이냐 민주화냐의 논쟁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닌가보다. 




    어려운 이야기에 들어가기에 앞서 기본 개념부터 정리하고 가자.  


    쉬운 이해를 위해서 재정학의 기초를 약간만 활용하겠다. 


    국가의 예산의 올바른 분배를 연구하는 학문인 '재정학'에는 전통적으로 두가지 주제가 상충한다. 

    바로 효율성과 공평성이다.  


    다른 독재자들과 마찬가지로 리콴유는 효율성을 극대화한 인물이다. 재정학에도 경제학의 '파레토 효율성'이라는 개념을 통해서 효율성을 대게 무난히 달성한다. 문제는 공평성이다. 공평성을 가치판단의 문제가 개입되기 때문에 정확한 성과평가가 어렵도 측정도 쉽지 않다. 


    이 두가지의 개념을 대비하면, 

    싱가포르의 리콴유는 효율성을 선택한 반면 중국의 마오쩌뚱은 공평성을 선택하여 오늘에 이른 것이다. 


    이제 우리는 좀 더 재미있는 이야기로 들어갈 준비가 되었다. 


    가 봅시다~  



    중국이 '성장(효율성)이냐 민주화(공평성)냐의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의 상황을 잘 설명하는 것이 마오쩌둥과 류사오치간의 정치 계략이다. 


    장재쓰를 타이완으로 쫓아내서 중국대륙을 통일한 마오쩌둥은 우리나라의 새마을운동이라고 볼 수 있는 '대약진운동'을 야심차게 추진한다. 


    그러나 결과는 대실패! 


    그로인해 정치적인 적수였던 류사오치가 정권의 핵심으로 떠오른다. 

    마오쩌둥은 계급투쟁(민주화, 공평성)을 정치적인 모토로 삼은 반면 류사오치는 경제활성화(성장, 효율성)를 주장했다. 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 계속 류사오치가 정권을 잡았더라면 중국의 힘은 지금보다 더 빨리 성장했을 지 모른다(그러나 지금쯤은 내리막을 걷고 있었을 것이다. 역사란 그런 것이다). 


    객관적으로 마오쩌둥이 잘못했다. 하지만 화가난 마오쩌둥은 자존심 회복을 결심한다. 절치부심하던 마오쩌둥에게 반격의 기회가 우연히, 아주 우연히 온다.  


    하늘이 돌본 것일까?


    1966년 레이펑이라는 젊은 군인이 군대에서 흔히 있는 사고로 목숨을 잃었는데, 마침 그가 애독하던 책이 마오쩌둥 어록이었다. 마오쩌둥은 이것을 하나의 신드롬으로 만들어버린다. 이른바 '레이펑을 배우자'는 운동이다. 이 신드롬으로 단번에 군대를 완전히 장악한 마오쩌둥은 계급투쟁의 중요성을 각인시킨 후 개인숭배를 확고히 하기 위해 두 팔을 걷어붙였다. 




    <왼쪽부터 마오쩌둥과 저우언라이의 모습>

    마오쩌둥에게 밀려난 류사오치는 홧병에 걸려서 죽는다. 어제의 전우가 원수로 바뀌는 상황인 것이다. 얼마전 소개한 '한비자'와도 일맥상통하는 이야기다. 이와같은 중국 정치의 비장하고 솔찍한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던 것은 김명호 교수의 '중국인이야기' 덕분이다. 


    김명호교수는 마오쩌둥을 빈틈이 많은 '인간'으로 묘사한다. 동지끼리 다투는 인간적인면 조차 사랑스럽다. 리콴유도 마오쩌둥 못지않게 정적과의 투쟁이 많았다. 하지만 그는 비판을 금지하고 완벽하게 통제하였다. 


    지금 우리는 마오쩌둥의 혁명사상은 사랑하지만, 리관유의 독재정치는 비난다. 


    이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 

    나는 인민이라고 생각한다. 마오쩌둥은 인민의 지지를 기반으로 평생을 살았고 리콴유는 인민을 통제하면서 평생을 살았다. 


    "인민, 인민이야말로 역사의 발전을 촉진하는 결정적인 힘이다. " 

    - 마오쩌둥 어록



    유시민 마오쩌둥을 상당한 독서가라고 추켜세운다. 여기서는 그의 독서내공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마오쩌둥의 어록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1. 모든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 ! 
    2. 작은 불씨가 온 들판을 태울 수 있다 ! 
    3. 모든 반동파들은 종이호랑이에 불과하다 ! 
    4. 이것은 단지 일만리 대장정을 완주하는 첫 걸음일 뿐이다 !
    5. 남이 나를 범하지 않으면 나도 남을 범하지 않는다. 만약 남이 나를 범하면 나도 반드시 남을 범한다. 
    6. 당대의 인물이 바로 역사의 주인이다.
    7. 스스로 노동하여 먹을 것과 입을 것을 해결하라. 
    8. 인민을 위하여 일을 하라 ! 
    9. 인민, 인민이야말로 역사의 발전을 촉진하는 결정적인 힘이다. 

     



    이 책에서 마오쩌뚱은 참으로 엉뚱한 사람이다. 대장정을 함께 한 혁명의 동지이었으나 정권을 잡은 후에는 한 명씩 처단한다. 뒤에서 다른 사람 비난하는 걸 즐기는 인간.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반대자를 모함하는 우리와 다르지 않은 인간이다. 


    '중국인 이야기'는 '천하를 놓고 싸울 때는 한몸과 같았지만 천하에 군림하자 남는 건 결별이었다.'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유시민은 '거꾸로 읽는 세계사'라는 책에서 마오쩌뚱을 삼국지의 영웅을 잇는 현대의 영웅으로 강조한 바 있다. 중국의 대장정을 처음 접했던 그 책에서 마오쩌둥의 인상은 너무 강렬했다. 그리고 마오쩌뚱의 장정을 함께 참여하여 기록한 미국의 기자 애드가 스노우가 지은 '중국의 붉은 별'을 통해서 많은 마오쩌뚱 매니아들이 탄생하기도 했다. 


    리콴유는 혼자 잘먹고 잘살았다면 대륙을 지배했던 마오쩌둥의 인민에 대한 사랑은 그보다 더 대단한 인상을 전세계에 심어주었다. 특히 호적수였던 장재쓰가 외국의 간섭을 배재하고 중국의 문제는 중국인들끼리 해결하자는 부분에 높은 평가를 보인 점이 참으로 인상적이다. 영화 '첩혈쌍웅'의 두 영웅을 보는 듯한 호방함이 묻어나는 장면이다.   

     



    김명호 교수의 '중국인 이야기'는 로마인 이야기 같은 체계적인 역사서는 아니다. 인물 중심으로 다양한 이야기꺼리가 전개된다. 아무래도 기초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좀 더 깊이 있는 내용에 만족할 것이다.  하지만 나처럼 기초 지식이 없는 사람도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보다보면 많은 깨달음을 얻게 된다. 

    이 책은 사람을 영웅시 하지 않아서 재밌다. 


    인간을 바라보는 시각에 '빛과 그림자'가 있다면 이 책은 그림자에 더 주목한다.  




    마오쩌둥, 린바오, 장선푸, 장제스 등의 정치가는 물론이고 그들의 아내와 자녀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등장한다. 특히 장제스가 첫째부인을 버리고 둘째부인을 얻는 과정은 흥미진진하다.  물과 햇빛과 바람을 싫어한 천하명장 린뱌오, 문화대혁명을 뒤에서 음모한 캉성, 잊혀진 사상가 장선푸, 최고 권력자 장제스의 절친 후스, 장징궈, 영원한 자유주의자 레이전, 비극적인 대논객 천부레이, 북벌부인 천제루, 마오의 장정부인 허쯔전, 장춘차오를 감옥문에서 기다리던 원징  등이 등장한다. 





    후반부에는 음악가, 미술가 들의 재미있는 뒷 이야기도 나온다. 그야말로 중국인 이야기이다. 중화인민공화국 국가를 작곡한 녜얼, 정보의 천재 리커눙,  위안스카이와 한국인 부인들, 푸이의 황후와 황비 등등.  

     


    인물중심이어서 재미있다. 


    다만 배열 순서가 일관성이 없다. 저자는 객관적 시간 순서의 사건 배열 같은 원칙을 나는 따르지 않았다고 한다. 소재가 떠오르면 사진을 찾고, 사진을 보다가 소재를 구상하고 하는 식이었다는 것이다. 10권까지 펴 낼 생각이라 하니 나중에 등장인물을 역사순으로 정리하는 책이 추가될 지도 모르겠다.   


     






    중국인 이야기. 1

    저자
    김명호 지음
    출판사
    한길사 | 2012-06-08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한국 저자가 집필하는 총10권 기획의 ‘중국인 이야기’, 흥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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