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기와 우리 기업과의 관계는?

    2009. 5. 19.

    by. 셰익스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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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기업의 입장에서 바라본 위기

    1917년에 창간된 포브스(Forbes)지는 창간 70주년을 맞아 미국의 주요 기업들이 지난 70년 간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조사하였습니다.
    그 결과 1917년 당시, 100대 기업 중 1987년까지 살아남은 기업은 39개밖에 안되었습니다. 그리고 39개의 생존 기업들 중 18개
    기업만이 100대 기업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습니다. 더욱이 70년 동안 기업 성과가 주식 시장을 능가한 기업은 GE와 코닥 두
    기업뿐이었습니다.
    이와 같이 한 때 블루오션을 창출했던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그 지위를 유지하지 못하고 위기에 빠지거나 영원히 사라져버리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시어즈 로벅은 SCM, 유통점 브랜드, 카탈로그 판매, 신용카드 판매 등 혁신적인 판매 기법을 도입한 우량 기업이었으나, 할인 판매점의 등장으로 시장 지배력을 상실하였습니다. 또한 DEC는 기존 중대형 컴퓨터를 저렴한 가격으로 대체할 수 있는 미니컴퓨터 시장을 창출하고 오랫동안 지배적 위치에 있었으나, PC와 노트북 시장으로의 진입 기회를 놓쳤고 결국 컴팩에 합병되었습니다.

    그렇다면 기업들이 위기에 빠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효과적이고 체계적인 위기극복을 위해서는 먼저 위기의 유형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사가 직면하고 있는 위험이 어떤 것인지 알고 나서야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위기 관리의 출발은 바로 위기를 명확히 인식하는 것입니다. 자사가 어떤 유형의, 어떤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인식하는 것이 당면한 위기뿐만 아니라, 먼 장래에 발생할 지도 모르는 위기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2. 위기의 유형

    기업이 직면할 수 있는 위기는 어디에서 발생하느냐에 따라 외부적 위기와 내부적 위기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또, 위기의 발생 속도에 따라 돌발적 위기와 점진적 위기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내부-점진적 위기는 기업의 경쟁력에 직결되는 문제를 야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기업 입장에서 가장 중요하지만, 동시에 가장 둔감한 위기가 바로 이 유형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다른 유형의 위기에 비해 위기 관리의 필요성이 더 크게 대두되고 있습니다. 그럼 위기를 조직의 내부적 기능과 연관하여 파악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째, 당면하는 위기를 외부적 위기에 대응하는 기업 조직의 내부적 대응의 관점으로 전환할 경우 그 대응을 위한 직무배치와 조직적 전개가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둘째 조직의 각 기능별로 전개해야 할 수행과정에서 사전에 파악해야 할 위기를 평소에 인지하고 그 대응을 준비하고 실천하기가 용이합니다.
    셋째, 평소에 주의를 기울여 관리하고 대비하여야 하는 다양한 운영 위기 요인들은 기존의 기능별 직무전개와 관리책임의 실천을 통하여 통제되고 있습니다.
    넷째. 현실을 파악하는데 절실히 필요한 현실감각은 해당 부문에서 가장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3. 지속적인 성장의 걸림돌

    100년 기업의 조건(Going the distance)’을 집필한 케빈 케네디와 메리 무어는 기업이 성장하면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위기에 대해 지적한 바 있습니다. 이들이 지적한 위기는 환율이나 유가와 같은 외부 요인이 아닌 지속적인 혁신의 실패나 학습 역량의 상실과 같이 기업 내부 요인에서 비롯되는 것들입니다.
    또한 위대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나누는 기준은 성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예상 가능한 위기들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달려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내부 위기 요인을 적절히 관리하는 기업만이 위대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막는 내부요인들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요?
    첫째 눈앞의 성공이 변화의 걸림돌이 되는 것,
    둘째 고객이 아닌 기업 중심 의사결정,
    셋째 경직되고 고착화된 문화,
    넷째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실행력 부재 등이 있습니다.

    지금부터 이런 요인들이 어떻게 기업의 성장을 막는지 예를 들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눈앞의 성공이 변화의 걸림돌이라는 요인에 대해 살펴볼까요? 어떤 회사라도 한 단계 높은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서 극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러한 시점을 전략적 변곡점(Strategic Inflection Points)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변곡점은 새로운 경쟁자, 기술 등의 등장으로 인해 산업 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시기에 주로 발생합니다. 이러한 상황에 직면한 기업이 새로운 비전과 전략을 창출하고 조직을 적절한 방향으로 움직이면,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은 현재의 성공에 안주하여 새로운 기회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해 위기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럼 통신 회사인 웨스턴 유니언의 사례를 한번 볼까요?

    1876년 벨(Alexander Graham Bell)은 당시 최대 통신회사인 웨스턴 유니언(Western Union)에게 자신이 발명한 전화 기술을 10만 달러(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약 170만 달러)에 넘기겠다고 제안하였습니다. 하지만 웨스턴 유니언의 사장 윌리엄 오톤(William Orton)은 “전화기는 통신 수단으로 활용하는데 많은 단점을 가지고 있다. 이 장치는 우리에게 어떠한 가치도 제공하지 못한다”라고 말하면서 그 제안을 거절하였습니다.
    결국 벨과 그의 후원자들은 스스로 그 기술을 상용화하기로 결정하고, 1878년에 최초의 전화 회사를 설립하였습니다. 초기 전화 사업의 성장은 웨스턴 유니언의 핵심 사업에 별다른 충격을 주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기술의 발달로 장거리 전화가 상용화되면서 상황은 달라지게 되었습니다.
    AT&T로 이름을 바꾼 이 통신회사는 1910년이 되자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높은 이윤을 올리는 기업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웨스턴 유니언이 10만 달러를 주고 사는 것도 아깝다고 생각한 기술 덕택이었습니다. 웨스턴 유니언은 현재의 성공에 취한 나머지 커다란 실수를 저지른 것이었습니다.

    이번에는 고객이 아닌 기업 중심의 의사결정 요인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기업 경영의 출발점은 고객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업이 지속적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입장에서 고객이 원하는 것을 미리 파악하여 경쟁사와는 차별화된 방식으로 고객에게 큰 만족을 안겨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기업 활동을 통해 창출한 결과가 고객이 인정하는 효용성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시장에서의 성과 역시 좋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종종 기업들은 고객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여 제공하기보다는 기업이 가지고 있는 기술 또는 단기적 이익에 중점을 두고 의사결정을 내려 커다란 위기에 직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 담배 회사인 RJ 레이놀즈(Reynolds)의 사례를 한번 볼까요?

    RJ 레이놀즈는 1980년대 들어서자 흡연의 폐해가 미국을 중심으로 중요한 사회 문제로 부각되기 시작하였을 때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수년 간 약 3억 달러의 비용을 투자하여 프레미어(Premier)라는 담배를 개발하였습니다. 프레미어는 일반 담배와 모양은 동일하지만, 담배 알갱이를 알루미늄 캡슐 안에 넣고 캡슐을 가열시킴으로써 흡연 시 연기가 발생하지 않는 특수 담배였습니다. 이를 통해 당시 이슈였던 간접 흡연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습니다.
    그러나 흡연자들은 이 담배를 환영하지 않았습니다. 상추가 타는 냄새가 나는 등 다른 담배에 비해 맛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피우기도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또한 내뿜는 담배 연기를 바라보며 시름을 날려버리던 애연가들의 정서에도 부합되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결국 프레미어는 1989년 시험 판매된 지 1년도 되지 않아 시장에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레이놀즈의 실패의 원인은 애연가의 니즈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흡연 문제를 단지 담배 연기의 제거라고 잘못 정의하였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 경직되고 고착화된 문화 요인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고객들의 요구는 이제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고객들의 변화 무쌍한 제품/서비스의 수요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시장/고객 니즈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해 나갈 수 있는 조직이 구현되어야 합니다. 고객의 니즈 변화나 경쟁 환경의 변화를 인식하더라도 이에 성공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조직은 현실에 안주하여 변화를 외면하거나 심지어 거부하려고 합니다. 이러한 조직의 경직성은 기업이 신속하게 변신해야하는 경우에 치명적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그럼 IBM의 사례를 한번 볼까요?

    IBM의 초대 CEO인 토마스 왓슨 시니어(Thomas Watson, Sr.)는 1914년 ‘최선의 고객 서비스’, ‘탁월함의 추구’, ‘개인의 존중’ 이라는 세 가지 ‘기본 신념(Basic Beliefs)’을 천명하였습니다.
    이러한 신념은 IBM이 IT 분야를 오랜 기간 장악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기득권을 지키려는 분위기와 자만심이 사내에 퍼져가면서 이러한 기본 가치를 적용하는
    방식이 원래의 의도와 달리 잘못 해석되게 되었습니다.

    ‘최선의 고객 서비스’는 고객의 변화하는 니즈에 관심을 기울이기보다는 새로 개발된 시스템을 단순히 고객에게 실어 보내는 고객 관리로 변질되어 버린 것입니다.
    ‘탁월함의 추구’는 완벽에 대한 강박 관념에 사로잡혀 복잡한 검토 절차 등에 의해 의사결정이 한없이 지연되는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개인의 존중’은 IBM 입사만으로 풍족한 보상과 평생 고용을 기대하고,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 한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지만 책임은 지지 않는 문화를 낳았습니다. 

    IBM은 최고의 인재들이 모여 있는 집단이었으나, 이러한 조직 문화 속에서 급변하는 환경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구성원들은 시장이나 고객 등 조직 외부 문제보다는 자기 영역 지키기 등 조직 내부 문제에 대부분의 관심과 힘을 쏟고 있는 실정이었습니다. 또한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귀 기울이기보다 우리가 무엇을 만들 수 있는가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이러한 문화 변질이 1990년대 초반 IBM이 시장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붕괴 직전까지 몰린 주된 원인이라고 지적되고 있습니다.

    다행히 1993년 CEO에 취임한 루 거스너(Louis V. Gerstner)는 기업 문화가 승부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라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였습니다. 따라서 그는 원칙의 재정립, 리더십 체제 정비, 평가/보상 제도의 재구축 등을 통해, IBM의 조직 문화를 ‘승리’, ‘실행’,‘팀’을 중시하는 문화로 변신시킴으로써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실행력 부재 요인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래리 보시디(Larry Bossidy)와 램 차란(Ram Charan)은 그들의 저서인 「실행에 집중하라 (Execution)」에서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구체적인 행동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실행하지 않으면 아무리 창조적인 아이디어도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 학습도, 혁신도 무의미하며 조직 구성원들이 목표를 달성하기는 애당초 불가능하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기업 간의 격차를 만들어 내는 원천은 비전 또는 전략의 차이라기보다는 그것을 실제 성과로 만들어 내는 실행력이라는 지적이었습니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실행하지 못하는 기업은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그럼 노튼과 3M의 사례를 한번 볼까요?

    연마제 생산 업체로 3M과 각축전을 벌였던 노튼(Norton)은 1914년을 기준으로 3M에 비해 5배나 큰 기업이었고, 수익성도 훨씬
    높았습니다.
    그러나 3M은 점차 노튼을 따라잡았고, 결국 규모와 수익성 모두에서 노튼을 훨씬 능가하게 되었습니다. 3M의 1943년 매출은 노튼의 36%에 불과하였으나, 1986년 매출은 약 8배 더 높았습니다. 결국 노튼은 1990년 타 기업에 합병되었습니다.

    두 기업이 이렇게 운명을 달리한 이유는 실행력의 차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3M은 기업가 정신과 실험주의를 적극 장려하며, 구성원들에게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실행하도록 자극하였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현재 시장에서 포착되는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25% 룰’ 제도를 들 수 있습니다. 즉, 자사의 총 매출 중 25%는 최근 5년 이내 개발한 신제품 매출로 구성되어야 한다는 원칙인 것입니다.

    이러한 원칙은 최근 전체 매출 중에서 40%가 4년 내의 신제품 매출이어야 한다는 ‘40% 룰’로 진화•발전하였습니다.
    3M은 이러한 제도를 통해 매 4년마다 자사의 40%를 완전히 새로운 기업으로 변모시켜 나간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3M의 실행 중시 문화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그것을 발전시키도록 배려하라”, “시도하라, 그것도 당장”이라는 구절 등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반면 노튼은 실험과 실행을 자극하기 위한 뚜렷한 조치나 메커니즘을 내놓지 못하였습니다. 오히려 노튼은 극도로 중앙 집권적이고 관료주의적인 회사로 바뀌어 갔습니다. 내부에서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위한 실행이 이루어지지 못했던 노튼은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4. 위기의식은 혁신의 출발점

    외환위기를 통해 우리 기업들은 위기에 대한 사전 준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현재도 외부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지만, 외부 여건은 기업이 통제할 수 있는 변수가 아닙니다. 따라서 외부 환경 변화에 대해 단기적으로 잘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근본적으로 기업 내부 체질을 개선하여 외부 환경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또한 단기적인 성과에 안주하여 혁신 노력을 게을리 하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조직행동론 연구자들은 조직 내 적절한 수준의 갈등이 조직의 성과 향상을 가져온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위기의식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지나치게 강조되면 역효과가 발생하겠지만 조직 내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시키는 것은 지속적인 혁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합니다.
    위기경영을 통해 현재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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