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드워드 권은 진정한 요리사인가

    2010. 9. 20.

    by. 셰익스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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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리를 해본 사람이라면 알고 있다. 주방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능력보다 경험이 훨씬 중요한 자리라는 것을.
    에드워드 권처럼 외국식당에서 잠깐 일했다는 이력 하나만으로 대박치는 경우는 학력포장을 좋아하는 한국에서 이제 드문 일도 아니다.  
    수많은 만점 토익강사를 제치고 억대강사로 인기를 얻게된 유수연의 경우도 외국에 다녀왔다는 이유만으로 과대포장됀 케이스이다.

    외국에 갔다온 사람이 인정받는 것에 대한 딴지가 아니다. 그저 실력과 무관하게 외국학력과 경력이 과대포
    장되는 학력중심의 사회가 더 문제인 것 같다. 에드워드 권이 국내에서 그정도의 자리에 오르려면 적어도 1~20년은 요리를 해야 한다. 젊은 그가 무슨 주방장인가 했더니 대부분 거짓말이었다는 것이 이 기사의 요지이다.


    이력 조작 논란에 대해 고백하다

    이력 논란에 대한 권씨 자신의 해명을 다소 긴 분량으로 소개한다. 변명이든, 인정이든 '스타 요리사'의 솔직한 얘기를 가감 없이 들려주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미국 최고의 요리학교, CIA(Culinary Institute of America) 졸업 여부에 대해 얘기하자.
    거기 나오지 않았다는 거 아닌가.

    "CIA 본교는 뉴욕에 있다. 내가 샌프란시스코 인근 리츠칼튼 하프문베이호텔에서 일할 때, 단기 러닝 코스를 들었다. 내가 그때 하루 16시간 일할 때도 있었는데 정식 코스를 어떻게 밟았겠나."

    ―단기 러닝 코스란 무엇인가.

    "6주 과정의 e러닝 코스였다. 인터넷으로 공부하는 거다."

    ―2007년 4월 본지와의 인터뷰 기사 중에 이런 대목이 있다. '권씨는 이 호텔에서 하루 10시간 넘게 일하면서도 2년 과정인 미국요리학교(CIA)에 등록해 일과 공부를 함께했다', 그리고 2008년에 쓴 책 '일곱개의 별을 요리하다'에도 '나파밸리 CIA는 미국에서 내가 호텔 일을 하는 2년 동안 요리를 다시 공부한 곳이기도 하다'. 이 대목 어디에도 e러닝이란 말은 나오지 않는다.

    "6주 과정에 불과했지만, 시간이 없어서 리츠칼튼(하프문베이)에서 일한 2년을 끌면서 그 과정을 마쳤다. '2년 동안 공부하랴, 직장 다니랴 힘들었다'고 인터뷰하고, 책에 쓰면서 오해의 여지가 있지 않았나 한다. 그런데 내 책이 나온 후 교보문고에서 강연회를 가졌는데, 유학원 관계자가 오더니 '유학원과 공동으로 조리유학 가는 사업을 해보자'고 하더라. 뭔가 잘못됐다 싶었다. 졸업하지 않았다고 얘기했다. 그런데도 유학원에서는 '에드워드 권이 CIA 나왔으니 거기 가라'는 식으로 학생들한테 선전하고 있더라. 어차피 사람들은 나를 '버즈 알 아랍' 주방장으로 기억하지 'CIA'라는 학교로 기억하지는 않는다. 그런 내가 왜 CIA를 끌어들였겠나. "

    ―그럼 그때 바로잡지 왜 아직까지 그냥 둬서 사기꾼 얘기가 나오게 하나.

    "학교나 학력을 대단한 요소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출신학교 같은 단순한 사실이 투명하지 않다면, 다른 얘기를 어떻게 믿을 수 있나.

    "블로그에도, 강연에서도 말했다. 오해 없었으면 좋겠다고."

    조작이나 거짓말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오해하게 놔두고 즐긴 것 아닌가. 그런 것을 미필적 고의라고 하는데, 법적으로 미필적 고의는 유죄다.

    "(마음먹고 하는) 그런 건 아니었다."

    ―그러면 바로잡았어야 할 것 아닌가. 뭔가 공식적으로.

    "내가 기자분들 모아놓고 '나 CIA 나온 거 아니다' 이렇게 회견할 만큼 대단한 인물인가."

    ―유명도로 봐선 그렇다.

    "글쎄."

    '미국요리사협회 선정 젊은 요리사 10인' 부분도 과장됐다는 주장은.

    "미국에는 지역별로 요리사 커뮤니티가 있다. 샌프란시스코-나파-새너제이-LA 지역에도 요리사모임이 있다. 거기서 '우리도 젊은 요리사 좀 뽑아보자'고 해서, 그 안에 내가 들어갔다. 기자들을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그걸 얘기하면 '그 조직이 뭐냐' 묻는다. 그래서 '요리사협회 같은 거다' 하면 요리사협회라고 나가더라.

    '2006년 두바이 최고 요리사'로 선정됐다는 얘기는 뭔가.

    "두바이에서도 지역별 요리대회가 여럿 있다. 두바이 페어몬트 호텔에 근무할 때, 우리 팀이 상을 받았고, 거기 팀 리더에게 '셰프 오브 더 이어'라는 상을 준다. 상도 여러 팀을 준다. 5, 6개 팀이 나올 때도 있고, 그보다 더 많이 나올 때도 있고."

    ―그럼 근무하던 호텔에서 상 받은 거 아닌가. 크게 자랑할 일 아닌데.

    "두바이에서 한식페스티벌을 하는데, 기자와 인터뷰를 하게 됐다. 뭐하고 지냈느냐고 해서 경연대회 얘길 했더니, 기사가 그렇게 나가더라. 나에 대한 이상한 말이 돌면서 심지어 '버즈 알 아랍에서 근무하지 않았다'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들었다."

    ―두바이의 최고 호텔, 버즈 알 아랍 호텔 경력에 관해서도 총주방장, 총부주방장, 수석주방장 등 제각각이다.

    "우리나라는 총부주방장 위에 총주방장이 있는 식이지만, 외국은 호텔마다 다르다. 정확히 말한다. 내 위에는 총주방장(executive chef)이 한 분 있었고, 내가 수석주방장(head chef), 그리고 나보다 낮은 총부주방장(executive sous chef) 셋 있었다. 헤드셰프가 뭐냐고 물으면 '수석주방장입니다' 이렇게 얘기했다. 그걸 듣고도 총주방장이라고 기사가 나오더라."


    ―쉽게 말해보자. 그럼 넘버 2인가.

    "그렇다. 여기 일하고 있는 셰프가 나와 '버즈 알 아랍'에서 일을 함께했다."

    ―미국의 유명 레스토랑 '프렌치 론드리'에서 일한 것처럼 묘사되는 부분도 마음에 걸린다. 토마스 켈러가 에드워드 권이란 사람을 아는가.

    "외국 레스토랑에는 스타지에(stagier·인턴연수) 프로그램이란 게 있다. 무료로 일하고 거기 주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배우는 거다. 4번 다녀왔다. 우리나라로 치면 산학실습과 비슷한 것인데, 버즈 알 아랍 호텔에도 그 프로그램이 있다. 한 번에 수십 명이 들어오니 누가 왔다 갔는지 정확하게 기억하긴 어렵다. 하지만 토마스 켈러(프렌치 론드리 대표인 세계적 요리사)가 내 이름은 정확히 몰라도 내가 한국인이라서 나를 기억할 것이다. 프로그램 이후에도 만났고."

    ―그러면 무식한 기자들이 잘못한 건가.

    "그런 건 아니다. 의학자가 아무리 쉽게 설명해도 우리 입장에서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게 있듯이, 우리 업계의 구조를 모르기 때문에 (기자가 글에서) 쉽고 정확하게 표현하는 게 쉽지 않았던 것 같다. 그걸 못한 건 내 잘못이고."

    ―지금 당신은 거짓말하지 않았다고 얘기하는데, 당신을 비난하는 이들 주장의 근거가 하나씩 확인되고 있다.

    "내가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해야 하는 건지 헷갈린다. 학력조작을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오해의 여지를 만들었다는 건, 사과 드리겠다."

    ―자, 이제 이 기사가 나가면 내일부터는 '에드워드 권, 학력 조작했다' '에드워드 권, 이력 과장했다' 같은 선정적 제목의 기사가 생겨나 돌아다닐 텐데, 어떤가.

    "내가 뭐라고 그런 일이 생기겠나. 그렇게 되더라도 어쩔 수 없다. 내가 실수한 부분은 이번 기회에 그냥 털고 가고 싶다. 내 자신도 내가 과대포장됐다는 것 때문에 피곤했다. 그게 내 발목을 잡는다는 느낌이 든다."

    돌아온 한국에서 '사기'당하다

    강원도의 전문대를 졸업한 이력으로 미국 리츠칼튼(하프 문베이 호텔)에 이어 두바이의 '버즈 알 아랍' 호텔 수석주방장이 된 에드워드 권의 이야기가 알려지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그가 무엇을 하든 화제가 됐다. 각 방송사의 휴먼 다큐멘터리로, 고든 램지가 출연하는 미국의 '아이언 셰프'를 본뜬 요리사 서바이벌 프로그램 '예스 셰프'로 대중을 만났고, 지난 8월부터는 한 항공사 기내식 메뉴도 개발 중이다. 그러나 그는 "한국에 온 것이 후회될 때도 있다"고 했다. 말하는 도중 울먹거리기도 했다.

    ―지난 2월 서울중앙지법이 '에드워드 권, 독자적인 식당 개업 가능하다'는 판결을 냈다. '권씨가 다른 식당에서 일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E사가 소송을 낸 데 대해, 법원이 당신 손을 들어준 것이다. 사건의 전말이 뭔가.

    "돌이키고 싶지 않은 얘기다. 서로 생각하는 게 달랐다."

    ―그렇게 두루뭉술 말고, 구체적으로 얘기해달라.

    "2년 전, 방송을 위해 평창동의 한 장소를 빌렸는데 그분이 거기 주인이었다. 당시 여러 곳에서 사업 제안을 받았는데, 그분도 그중 하나였다. 요식업 분야의 전문성, 인지도, 재력 등을 비교할 때 그분이 가장 약했다. 두 번 거절했다. 세 번째 만났을 때, 그분이 '출감자들을 도와주고 있다'면서 '당신 꿈도 요리학교 세우는 거라니 같은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함께 일해보자'고 하더라. 앞서 버즈 알 아랍에 사표 내고, 2009년 5월 정식 계약했다. 내가 고용인이 되는 거였다. 그런데 월급 몇달치씩 밀리는 건 기본이고, 얼마 후엔 사채업자들이 나한테 돈 갚으라고 전화를 해오더라. 회사에서 빌려준 줄 알았던 렌터카 대금이 4개월이 밀려 '압류하겠다'는 통보가 나한테 오더라. 어느 날은 건물주인이 나타나 '월세를 2년간 못 받았다. 그런데 그 사장이 건물을 담보로 10억을 대출받아 달라고 한다. 식당 잘되면 내 건물 가치가 올라가니 만일 당신이 보증한다면 내가 대출받아주겠다' 하더라. 내가 그런 일을 왜 하나. 직원들 월급도 안 나가니 걔들 집에서도 불화가 생겼다. 에드워드고 나발이고 왜 데려다 놓고 월급 안 주냐고 난리가 났다. 임금 8000만원도 내가 줬다. 그래서 정말 미친 듯이 방송사와 강연을 다녔다. 지금도 나는 월세 산다. (이 대목에서 그는 목이 메여 했다.) 그래서 합의로 헤어졌는데, 그분이 나한테 다른 데서 식당 하지 말라고 소송을 걸더라. 나중에 소송에서 보니 그분이 경제적으로 너무 어려웠더라. 나를 돌파구로 삼으려 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순진했나.

    "내가 생각보다 멍청하다. 일(요리)은 모르겠지만, 사회생활에 대해서는…. 요즘 한국 생활 어떠냐고 물어보면, 나는 말한다. 사람 만나는 게 제일 힘들다고.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이 나를 상품으로 보기 시작하더라. 얘를 이용해서 내가 팔자를 바꿀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협박도 받았고, 어깨(깡패)들도 찾아오더라. 나는 지금 근무 중인 식당에서 월급만 받고 있다. 내가 돈도 대단히 번 줄 아는데, 아직도 지난번 일로 빚도 남아 있고, 경찰서에도 간다. 무혐의 처리되고 있지만, 심리적으로 부담이 크다."

    ―당신은 지난 5월에 문을 연 레스토랑 '더 스파이스'의 주방장이다. 어떻게 일하게 됐나.

    "알고 보니, 나랑 여기 사장이랑 같은 사람에게 이용을 당했더라. 뒤통수 맞은 사람끼리 그냥 돌아설 것인가, 둘이 한번 사업을 해볼까 하다가 함께 하게 됐다."

    ―돈 많이 받고 스카우트된 줄 알았다.

    "보통 사람보다는 많이 받는다."

    ―외식기업이나 대기업에서도 들어오라는 제안을 많이 받았을 텐데.

    "대기업과 일을 하다 보면, 사업적으로 너무 커져서 '에드워드 덮밥' '에드워드 떡볶이'도 나오겠더라. 대기업과 하는 것이 나쁘지는 않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

    ―홈쇼핑에서 떡갈비 팔자는 얘긴 안 들어오나.

    "떡갈비가 아니라 갈비세트다. 하하. 정말 제안이 많이 들어 온다. 홈쇼핑 갈비시장이 연간 1000억원대라더니 정말 금액이 컸다. 내 이름 쓰고, 10억원 이상을 준다는 얘기였다. 아파트 한 채 사고도 남는 돈인데 솔직히 마음이 흔들리더라. 그런데 내가 갈비 판다고 나서면, 나를 보는 아이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싶더라. 강연에서 내가 아이들한테 '나를 밟고 가라, 나를 부리는 오너가 되라'고 말해왔는데…."

    대중이 사랑하는, 평론가가 외면하는

    그가 주방장으로 있는 이태원 '더 스파이스'를 사전 방문해 음식을 먹어본 결과, 가격대비 만족도는 높았다.
    이탈리아 파스타류에 비해 프렌치 요리는 손이 많이 가고, 재료비의 단가도 높은 편이다. 이 레스토랑은 대략 1인당 3만~4만원이면 양질의 런치 코스를 즐길 수 있다. 이 정도 식당이라면, 평론가들의 비평 대상이 충분히 된다. 하지만 그들 세계에서 에드워드 권은 무관심의 대상이었다.

    ―음식값이 매우 합리적이더라.

    "2년 전쯤, 강남 어느 식당에 가보니, 코스요리가 1인분에 20만원이더라. 그런데 재료나 분위기 면에서 그 가격을 받는 건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식당에 가면 나도 부담스럽다. 1인당 10만원이라고 쳐도 4인 가족이 와인까지 마시면 60만원 이상이다. 그걸 마음 놓고 먹을 사람이 몇이나 되나."

    ―프라다도 나일론으로 만든 가방을 100만원 받지 않나. 재료비 때문이 아니라 그 브랜드의 디자인 파워, 아우라 같은 것 때문 아닌가.

    "명품시장이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러나 솔직히 안목보다는 심리적인 이유 때문 아닌가. 그러니까 짝퉁이 많은 거고. 식당도 마찬가지다. 1만5000원짜리는 저가 서양음식, 7만원짜리는 좋은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비싸야 좋은 음식인가. 이태원 식당을 다녀보니, 개별 메뉴를 1만5000원 정도에 팔더라. 그보다 싼 값에 팔면 상권에 타격이 생기겠더라. 그래서 코스메뉴로 가게 됐다. 저녁에 가장 비싼 코스가 5만7500원에 커피 포함 7개 코스가 나간다. 점심은 5코스에 3만8500원이다. 코스 하나에 1만원이 안 된다. 가격 파괴가 아니라 솔직해지는 가격이라고 생각한다. 이 정도 가격으로도 좋은 음식 먹을 수 있다는 거 보여주고 싶었다."

    ―1만명이 보는 예술영화가 아니라, 수백만명이 보는 상업영화로만 승부보고 싶다는 식인가.

    "요리사니까 다양한 식당을 열어보고 싶다. 중·고등생들이 편하게 와서 유럽요리를 먹을 수 있는 단가 6000~7000원짜리 레스토랑도 해보고 싶다. 고급식당도 좋지만, 너무 비싼 레스토랑은 하고 싶지 않다. "

    ―내가 만화를 많이 읽은 탓인가. 간판 없이 고수가 혼자 하는 작은 레스토랑이 진정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사람들이 나한테 그런 얘기를 많이 한다. 그러면 내 음식을 먹는 사람이 극소수가 되지 않겠나. 나는 요리사고, 난 내 음식을 먹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 0.01%를 위한 셰프? 내 기준으로는 바람직한 셰프의 삶은 아니다."

    ―외국 호텔서 VIP 많이 상대했다며 왜 그들을 상대하는 식당을 안 차리나. 질렸나?

    "때로 힘을 이용하는 분들이 있다. 만석인데 전화해서 '나 누군데 예약했으면 좋겠다, 두 시간 후에 간다' 이런다. 코스요리 내는 집에 와서 '난 무조건 스테이크야' 하는 사람도 있다. 90%쯤 사과하고 그렇게 안 해 드렸다. 싸가지없다는 말도 들었다. 그런데 VIP 대부분은 소박하고, 경험이 많아 그런지 요리 지식도 상당하다. 두바이 호텔에서 근무할 때도, 대통령이 아니라 대통령 보좌관이 더 무서웠다. 일주일 전부터 보좌관이 와서 이거 안 된다, 저거 안 된다, 정말 괴롭혔는데, 막상 그 VIP가 시킨 음식은 감자튀김 같은 패스트 푸드였다."

    ―왜 그렇게 텔레비전에 자주 나갔나.

    "너 연예인 하고 싶나? 묻는 사람도 많다. 정말 연예인 하고 싶었으면 그 이후 들어온 예능 프로그램 다했을 것이다. 미디어 이용하려고 작정했으면, 장삿속으로 '맛집' 코너에 우리 식당 알리는 데 주력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요리사 그 직업 요즘 좋아지고 있어'라고 말하면서도 자기 자녀가 하겠다 하면 반대한다. 요리사가 괜찮은 직업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대중 반응은 괜찮은데, 업계의 말발 있는 분들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거 같다.

    "나도 그런 분들 만나본 적은 별로 없다. 우리 식당에 대해 정색하고 쓴 리뷰는 보지 못했는데, 내가 외면당하는 건가? 어떤 분들은 우리 가게가 '가격 파괴'를 한다더라. '그 친구 그렇게 하는데 오래 못 갈 거다. 한국시장 알게 되면 본인 자신도 바뀔 거다' 하는 얘기도 전해들었다. 그러나 나도 호텔에서 일해본 사람이라 코스트 계산할 줄 안다."

    ―한국, 왜 들어왔나.

    "외국 생활 지겨웠다. 한국사람이 서양요리 한다고 무시도 많이 당했다. 운 적도, 싸운 적도 많다. 외국 호텔 돌아다니는 주방장 생활도 앞으로 10년이면 끝이다. 나이 먹어 힘 떨어지고 발랄한 젊은 요리사 들어오면 비용 많이 드는 외국 요리사 쓸 필요도 없으니까. 요리 기숙학교를 열고 싶다는 꿈도 있었다. 내 요리책(에드워드 권 에디스 카페) 인세를 전액 학생들에게 돌리겠다고 한 것도 그 일환이다. 학생들 주머니에서 나온 돈으로 내 배 불릴 생각은 없다."

    ―후회하나.

    "후회한 적 많다. 한탕 하고 싶었으면 제대로 한탕 굴려먹고 돈 챙겨서 몇십억 챙겨갈 수도 있었다. 왜 한국에 와서 동종업계 사람에게 시기와 질타를 받아가면서 이렇게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나도 월세 살면서 집주인 눈치 보고 싶지 않다. 난 포장되고 싶지도, 비난받고 싶지도 않다"

    에드워드 권이 근무했던 '버즈 알 아랍' 호텔은 7성급이라고 표현되지만, 실제로는 다른 최고호텔과 같은 5성 호텔이다. 그저 '다른 데보다 더 좋다'는 주장의 하나로 이렇게 쓸 뿐이다. 어쩌면 많은 이들이 이 '7성급'이라는 말에 스스로 흥분해 그를 부풀리고, 그는 그 환호에 오래 빠져 있던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장된 에드워드 권'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대중을 끌어안으려는 그의 요리 고집은 인정하고 싶다. 까탈스러운 미식가가 아니라면, 그 합리적 가격의 요리를 부인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단 한 끼만 허락된다면 '순대국'을 먹고 싶다는 요리사 권영민과 이미지로 덧칠된 '7성급 셰프' 에드워드 권. 어느 쪽 얼굴을 볼 것인가.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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