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산 경암동 철길마을

    2014. 6. 10.

    by. 셰익스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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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산에 있는 경암동 철길마을을 아시나요. 

    철길마을은 원래 바다였습니다. 그러나 물길이 세지않은 서해의 특성상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들이 방직공장을 짓기 위해 땅을 매립하면서부터 육지로 변하게 되었습니다. 경제의 논리에 의해 사람의 터전이 훼손된 대표적인 사례이지요. 

    단순한 육지였던 것이 1944년 4월 4일 일제강점기 말에 신문용지의 재료를 실어 나르기 위해 이 경암동 매립지에 철길이 만들어졌습니다. 그후 해방이 되자마자 땅 주인이 없는 이 곳에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지금의 철길마을이 생겼다고 합니다. 

    철길마을에 있는 예쁜 카페가 보이네요. 동기야 어떻게 되었든 후대의 우리는 아름다운 경치를 즐길 수 있는 축복을 누리고 있습니다. 


    그 당시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마을의 모습과 그 사이로 나 있는 철길은 70년대로 시간여행을 온 것 같은 묘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큰길을 따라가다 보면 드디어 화분으로 장식된 철길마을의 입구가 나옵니다. 여기서부터 철길마을은 시작이 되지요.


    재미있는 낙서가 철길과 어울러 영화의 한장면 같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황정민 주연의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의 촬영지로 사용되어 더 유명해졌지요. 


    자연스럽게 형성된 도시는 인위적으로 만든 도시보다 스토리가 숨어 있어서 좋은 것 같습니다. 
    어디서나 이야기가 있는 곳에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대학로보다는 홍대가 더 정이가고, 강남역보다 삼청동이 편안한 걸까요? 
    사진도 인위적인 조작보다는 이렇게 갑작스런 순간 포착이 인상적인 모양입니다. 길에서 만난 올림푸스 OM-D E-M5 유저네요. 반갑습니다.


    군산 구암초등학교 담당에는 이렇게 아름다운 넝굴도 있습니다.  소음을 방지하는 효과 때문에 학생들이 수업을 받는데 도움이 제법 됐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외의 지역은 철로와 완전히 밀집되어 있어서 어떻게 이런 곳에서 사람이 살았을까 싶습니다. 

    문득 이런 노래가 생각이 나는군요.

    기차길옆 오막살이 아기아기 잘도잔다 칙~폭 칙칙폭폭 기차소리 요란해도 아기아기 잘도잔다. 


    철길마을에서 발견한 접시꽃입니다. 생명의 끈질김을 다시한번 깨닫게 되는 군요. 

    <접시꽃 당신> 

                                            - 도종환


    옥수수 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부는 때까지

    우리에게 남아 있는 날들은

    참으로 짧습니다.

    아침이면 머리맡에 흔적 없이 빠진 머리칼이 쌓이듯

    생명은 당신의 몸을 우수수 빠져 나갑니다.

    씨앗들도 열매로 크기엔 아직 많은 날을 기다려야 하고

    당신과 내가 갈아 엎어야 할

    저 많은 묵정밭은 그대로 남았는데

    논두덩을 덮은 망촛대와 잡풀가에

    넋을 놓고 한참을 앉았다 일어섭니다.

    마음놓고 큰 약 한 번 써보기를 주저하며

    남루한 살림의 한 구석을 같이 꾸려오는 동안

    당신은 벌레 한 마리 죽일 줄 모르고

    악한 얼굴 한 번 짓지 않으며 살려 했습니다.

    그러나 당신과 내가 함께 받아들여야 할

    남은 하루하루의 하늘은

    끝없이 밀려오는 가득한 먹장구름입니다.

    처음엔 접시꽃 같은 당신을 생각하며

    무너지는 담벼락을 껴안은 듯

    주체할 수 없는 신열로 떨려 왔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에게 최선의 삶을

    살아온 날처럼 부끄럼없이 살아가야 한다는

    마지막 말씀으로 받아들여야 함을 압니다.

    우리가 버리지 못했던

    보잘것없는 눈높음과 영욕까지도

    이제는 스스럼없이 버리고

    내 마음의 모두를 더욱 아리고 슬픈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날들이 짧아진 것을 아파해야 합니다.

    남은 날은 참으로 짧지만

    남겨진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인 듯 살 수 있는 길은

    우리가 곪고 썩은 상처의 가운데에

    있는 힘을 다해 맞서는 길입니다.

    보다 큰 아픔을 껴안고 죽어 가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엔 언제나 많은데

    나 하나 육신의 절망과 질병으로 쓰러져야 하는 것이

    가슴아픈 일임을 생각해야 합니다.

    콩댐한 장판같이 바래어 가는 노랑꽃 핀 얼굴 보며

    이것이 차마 입에 떠올릴 수 있는 말은 아니지만

    마지막 성한 몸뚱아리 어느 곳 있다면

    그것조차 끼워 넣어야 살아갈 수 있는 사람에게

    뿌듯이 주고 갑시다.

    기꺼이 살의 어느 부분도 떼어주고 가는 삶을

    나도 살다가 가고 싶습니다.

    옥수수 잎을 때리는 빗소리가 굵어집니다.

    이제 또 한 번의 저무는 밤을 어둠 속에서 지우지만

    이 어둠이 다하고 새로 새벽이 오는 순간까지

    나는 당신의 손을 잡고 당신 곁에 영원히 있습니다.


    저는 이 철길마을이 운치도 있지만 약간 쓸쓸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갑자기 무언가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박스를 모으시는 할머님이시네요. 

    관광객들이야 가고나면 그만이겠지만 이곳이 생활터전인 사람들에게는 철길이 행복만은 아닐겁니다. 

    경암동에 있기 때문에 경암선이라고도 불리는 이 철길의 이름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계속해서 변해 왔습니다. 1950년대 중반까지 ‘북선제지 철도’, 70년대 초 ’고려제지 철도’ 이후에는 ‘세대 제지’, ‘세풍 철도’로 불렸습니다. 

    기차가 다니던 이 길에 어떻게 사람들이 살았을까 신기하기만 합니다만, 2008년 7월 1일 기차운행이 멈추어 더 이상 기차가 다니는 모습은 볼 수 없습니다. 


    네비게이션에서 철길마을을 찾으면 대략 아래의 경포천서길(시냇가)로 안내를 합니다. 

    거기에 적당한 곳에 주차를 하시고 보라색 길을 따라 걸어가시면 됩니다. 

    마이마미라는 카페를 기점으로 양쪽이 잘 보존되어 있는 편이구요. GS주유소가 철길을 밀어냈기 때문에 그정도 까지 보시면 다 둘러보신 셈입니다.  




    아이와 함께 간략한 인증샷~

    장차 이 나라를 이끌어나갈 우리 아이에게 이 곳은 역사의 아픔을 느낄수 있는 좋은 공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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