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스 디폴트 사태 총정리

    2015. 7. 10.

    by. 셰익스컴퍼니

    반응형

    오늘날 한 나라의 부강은 그가 지닌 힘과 부의 크기와 그 유지에 좌우되지 않고

    이웃나라들이 그보다 얼마나 더 많게 혹은 적게 가졌는가에 주로 좌우된다. 


    - 폰 호르니크 






     ▨ 유럽의 악동 그리스

     


    '군주론'을 쓴 마키아벨리는 성공의 요인을 '#시대정신'이라는 키워드로 못박고있다. 우리가 잘 사는 것은 잘났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운때가 맞아서 그리 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뚝심이 시대정신과 맞아 떨어지면 흥한다는 것이 마키아벨리의 논리다. 


    얼마전 신문에서 '선진국 중 첫 국가부도' 그리스가 망한 다섯가지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가 있었다. 아주 틀린 내용은 아니지만 아마 기자는 유럽연합에 속해있는 국가여서 그리스를 선진국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리스는 유럽연합 중에서 유일한 비서구 국가이다. 경제력을 강화하기보다는 얄팍한 정치력으로 버텨왔다. 그야말로 시대정신과는 동떨어진 국가이다. 


    1980년대 잠깐 1인당 국내총생산(GDP) 1위를 기록한 적이 있으나 이는 냉전 종식으로 러시아의 붕괴에 따른 반사 이익에 불과했다. 그리스가 제조업이나 기초과학기술로 올린 모범적인 성과가 아니다. 선진국과는 더구나 거리가 멀다. 



     

    △ 자료 :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 


    그리스는 서구 문명 안에서 이방인일 수 밖에 없는 정교 국가이다.  위 그림에서 선으로 구분된 것이 문명을 기준으로 나눈 것이다. 서구의 경계선은 대체적으로 이 선의 왼쪽을 일컫는게 일반적이다.  


    그리스 정교회는 그리스에 있는 동방 정교회 공동체의 자치 교회 가운데 하나이다. 그리스 영토 내 교구들의 대부분은 콘스탄티노폴리스 총대주교와 그리스 정교회의 수장인 아테네 대주교 간의 양자 협정에 따라 실질적으로는 그리스 정교회의 일부로 관리되고 있다.


    지역상의 잇점으로 EU와 NATO에 공동으로 가입되어 있는 그리스는 이미 디폴트 경험이 다섯차례나 있어서 모범적인 회원국과는 거리가 있다. 게다가 두 기구가 제시하는 원칙과 관행을 적응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1960년대 중분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그리스는 군사 정권의 지배를 받았으며 민주 정부로 이행한 다음에야 비로소 유럽연합에 가입할 수 있었다. 유럽연합의 본부가 위치하고 있는 브뤼셀에서 요구하는 기준을 비웃는 듯한 경제 정책을 추구하기 일쑤였다. 이런 그리스에게 행운이 찾아온다. 바로 냉전의 종식이다. 


    지리적 잇점으로 인해 공산주의국가로 부터 피해온 부유한 재력가들의 안식처가 되면서 일시적으로 국가 GDP가 상승한다. 행운의 여신의 뒷 모습은 마녀라는 말이 있다. 실력없이 졸부가 된 그리스는 갑자기 팽창한 경제를 기반으로 인기에 영합한 퍼주기식 정책을 실시한다. 이런 포퓰리즘 정책을 무려 30년 간이나 시행해온 그리스는 국가부채 비율이 현재 177%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우리나라가 36%라는 것을 감안하면 심각한 수준이다.




     ▨ 그리스의 IMF 구제금융 반대

     

    유럽은 아니지만 유럽이 끼워준 가난한 정교국가 그리스의 비극은 유로존 가입에서 시작한다. 그리스는 1999년 유로존에 가입해 이때부터 유로화를 사용했다. 경제가 허약해질대로 허약해진 그리스의 화폐가치는 유로존 평균수준에 못미치는 낮은 수준이었다. 유로화 가치는 유로존 17개국 통화가치의 평균값으로 결정됐다. 이로인해 그리스의 화폐가치가 인위적으로 높아져버린 것이다. 이로인해 그리스는 계속되는 경상수지 적자에 시달리게 됐다. 






    이같이 난처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IMF구제금융을 반대하는 모습이 우리에게는 참으로 낯설다. 축제처럼 국민들이 반대를 주장하는 모습을 보고 놀라움과 우려가 공존한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민주주의는 협박에 넘어가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이제 우리는 협상 테이블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치프라스 총리는 “채무 탕감과 상환 기한 20년 연기 등 해법을 제시했던 IMF의 보고서에 따라 채무 탕감 협상을 진행하겠다”고 강력하게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1998년 IMF구제금융 당시 쌍수를 들고 환영했던 우리 국민들 입장에서는 황당한 상황이다. 당시 대한민국은 정부가 나서서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그 결과 우리는 사오정 오륙도라는 정리해고의 사회에 살고 있다. 과연 IMF를 받아들인 우리가 잘한것일까, 국민투표로 반대의 결과를 거둔 그리스가 잘 한 것일까? 


    아일랜드와 그리스를 비교하면서 구제금융을 거부한 그리스를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구제금융을 받아들인 우리는 지금 노동의 종말속에 살고 있다. 제러미 리프킨이 IMF를 거대한 사기꾼 정치집단이라고 폄하하는 이유도 바로 그런 대책없는 워크아웃에 기인하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막연히 서구 선진국을 천사로만 알고 있는 것과 달리 그리스인들은 서구 선진국의 생리를 잘 알고 있는 것이다.  




     

    △ 자료 : 폴 케네디의 '강대국의 흥망' 


    유대감이 없을 때는 강한 힘을 가진 국가라도 자신의 지역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고 질서를 부여하는 데에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부자의 돈을 가난한 자에게 나눠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위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그리스는 서구가 아니다. 오히려 동방 정교회 문명에 가깝다. 게다가 유로존 17개국 중에서 화폐가치가 낮은 편인 그리스 입장에서는 도움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지금같이 아얘 타민족으로 분류되는 상황에서 유럽연합의 도움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 노동의 종말

      

    얼마 전 충무로에 있는 거래처에 다녀왔다. 예전에는 발 디딜틈 없이 사람들이 많던 인쇄의 메카이자 영화인의 거리 충무로.

    이제는 제법 한산한 골목이 되어 버렸다. 극장 사업이 멀티플랙스로 넘어가면서 대한극장 혼자 살아남은 탓도 있겠지만 기계화 된 설비때문에 일하는 사람 자체가 줄었다. 

      

    필름이 사라지면서 코닥이라는 기업이 망한 것 처럼 인쇄를 하는 사람들도 다른 길을 찾아 떠난 것이다.  






    이 알루미늄 판이 바로 CTP, 일종의 감광지이다. 여기에 이미지를 입히고 인쇄를 돌리면 예전보다 훨씬 쉽게 인쇄가 된다. 필름보다 교정이 쉽고 단가가 싸다. CTP인쇄가 도입돼면서 5년 전부터 필름도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는 것이다. 






    20명이 하던 일을 다섯 명이 할 수 있는 기계화 시대가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 다가와 있다. 인쇄 기계에 영점을 잡는 사람 1명과 종이를 공급하는 사람만 있으면 이 모든 공정은 자동으로 돌아간다. 작은 모니터를 통해 수동으로 영점을 잡아주면 나머지는 기계가 자동으로 진행한다. 






    항공기를 만들던 미쓰비시가 만든 단 1%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인쇄기다. 이 기계로 인해 충무로 인쇄골목에는 사람이 필요없다. 









    예전에 중국에서 기계를 도입할라치면 싼 인건비를 빌미로 사람이 대신 하고만다는 우스게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 그리스 디폴트 사태에서 IMF의 구제금융 지원을 바라보는 그리스 국민들의 시선을 보면서 웃을 수만은 없었다. 복지가 잘 되어 있다는 그리스만큼은 아니지만 대한민국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종신고용을 미덕으로 삼던 국가다. 


    제러미 러프킨 교수의 지적대로 IMF에게 무작정 손을 내밀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자구책을 먼저 찾았다면 서구의 쓰레기같은 정리해고 문화가 쉽에 뿌리내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고용불안정은 88올림픽때 우리나라에 강제로 들어온 비둘기처럼 국가 경제를 더 지저분하고 피폐하게 만들었다. 


    당시 대한민국의 대기업은 워크아웃이라는 미명하에 수만 명의 종업원을 감축했으며 같은 기간에 자산 회전율을 60% 증가시켰다. 스위스-스웨덴 합작회사인 아세아 브라운 보베리의 CEO 바네비크는 당시 한국상황을 보고 이런 말을 했다. 


    '이렇게 해고된 사람들은 어디로 가는가?'


    저자세로 일관했던 우리나라와 달리 그리스는 유로존 탈퇴를 빌미로 채권단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그리스는 유럽의 정신적·문화적 고향이라는 점으로 유럽연합에 가입한 국가다. 그런 장점을 활용해서 부채 탕감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고보면 IMF사태당시 금 모으기 캠페인까지 벌였던 한국은 매우 순진했다. 


     

    IMF는 한국에 가혹하게 구조조종을 단행했고 정부는 한심하게도 그대로 받아들였다. 당시 IMF는 구제금융 3개월 만에 처방이 과도했음을 인정했다. IMF는 당시의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실수한 덕분에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최대한 각국 경제상황에 맞추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제러드 리프킨 교수의 IMF에 대한 불신도 여기에 기인한다. 



     ▨ 그리스의 미래

       


    1. 유럽연합 탈퇴 가능성


    최근 가장 많이 논의되고 있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리스 바로 옆에 있는 터키는 수십년간 유럽연합의 문을 두드렸지만 결코 받아들여지지 않을 정도로 진입장벽이 높다. 유럽연합은 경제적인 단체이기 이전에 거대한 미국과 중국에 대항하기 위한 서구 문명의 정치적 노선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어렵게 진입한 유럽연합을 스스로 탈퇴할 가능성은 북한이 핵을 포기할 확율처럼 대단히 적다. 

      

    2. 물가와의 싸움


    스스로 자구책을 구하는 것에 포커스를 맞춰보자. 그리스가 파산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부동산 거품과 인플레이션으로 지적하는 견해가 설득력 있다. 

    과거 독일이 1차 세계대전 직후에 그러했듯이 그동안 유럽에서는 인플레이션문제를 평가절하를 통해 해결해왔다. 물론 히틀러는 전쟁으로 해결하려했지만 외화로 표시된, 노동비용을 포함한 그 나라의 모든 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에 평가절하는 경쟁력을 되찾기 수월하다. 그러나 당시 독일과 달리 지금은 유럽연합의 틀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리스는 그렇게 할 수 없다. 

     

    그래서 그리스 채권단인 유럽연합, IMF와 유럽중앙은행은 꾸준히 평가절하를 요구해왔다. 대대적인 긴축을 통해 물가와 임금을 대대적으로 떨어뜨리게 했다. 실업자가 폭증하면서 자연히 소기의 성과가 나타났다. 하지만 이로인해 경제가 위축되면서 정부의 세수가 현저히 줄었다. 재정수지가 악화되면서 부채는 더 늘어났다.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부채의 비율은 대폭 높아져 상환능력을 상실했다. 분모와 분자가 동시에 악화된 탓이다. 실업을 양산하고 연금을 삭감하자 빈곤층이 급증했다. 이로 인해 정치 불안이 극도로 고조됐다. 


    물가안정을 위해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방법은 수요를 제약하는 긴축정책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사례로 볼때 IMF의 위기 해법이 일으키는 노동의 종말을 받아들이기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 


    3. 그리스의 회복 방안 


    지금 그리스는 성장을 위해 사용할 돈 부족하다. 따라서 진정성있는 정책과 꾸준한 체력관리가 필요하다. 우선은 경쟁을 촉진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것과 빈부를 차이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시장 진입의 폭을 넓히기 위한 제도를 도입하고, 부패의 원인을 제거하면 물가안정 속에서 경제는 고르게 성장하게 마련이다.  


    좀더 구체적으로는 제러드 리프킨 교수가 제안하는 방안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제러드 리프킨 교수는 먼저 노동시간의 유연화를 제시한다. 이미 서구의 선진국들은 주당 40시간 노동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그리스의 경우 30시간 미만으로 노동시간을 줄이는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강구하여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 강조하는 분야는 제3부문의 강화이다. 참여연대를 시작으로 아름다운 가게, 아름다운 커피 등을 통해 사회적 경제의 가능성은 이미 검증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은평구에 확대하고 있는 이른바 박원순 시장의 사회적 경제 지원센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탈리아와 마찬가지로 그리스도 교육에 대한 투자가 대단히 미약하다. 아시아 국가가 향후 세계의 주도권을 쥘 것이라고 예측하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지적하는 부분도 바로 교육이다. 


    그리스 사태를 지켜보면서 시장을 넘어선 생활을 활성화하고 교육에 투자하는 하는 것이 대안이라는 생각이 든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자본주의적인 성과주의와 이기주의를 벗어나 협력과 공존을 모색하는 성숙한 성장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