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은 유혹많다, 도서관에 출근도장 찍자

    2009. 8. 12.

    by. 셰익스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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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꼴찌를 하던 아이가 서울대에 갈 수 있을까.
    남은 시간은 약 16개월. 고2 학생들에게 내년 수능까지 주어진 시간이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들에게 “할 수 있다!”를 외치는 오늘의 주인공은 유진수(부천고2)군이다.
    어머니 이충구(45·경기도 부천)씨와 아버지 유승옥(49·사업)씨도 아들의 가능성을 굳게 믿고 있다.
    꼴찌의 대반란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공부 개조 프로젝트팀이 점검에 나섰다.

    글=최은혜 기자
    사진=황정옥 기자

    유진수군左은 방학 동안 아버지 유승옥씨와 함께 매일 독서실로 ‘출근’하기로 했다. “힘내라!” 유씨가 진수에게 힘을 실어 줬다. [황정옥 기자]
    “뒤에서 두 번째였어요. 그나마 진수 뒤에 있던 아이는 운동부 학생이었죠. 꼴찌나 다름없었던 거예요.(웃음)”

    어머니 이충구씨의 목소리는 무척 밝았다. 진수에게 ‘밝게만 자라다오’ 외에는 바라는 것이 없던 이씨다.
    진수도 운동은 좋아했지만 공부엔 관심이 없었다.
    중2 때 담임선생님과의 약속으로 주요 과목 평균 80점을 넘겼을 땐 시험지를 벽에 붙이고 온 가족이 기념촬영을 하기도 했다.
    이렇게 명랑·쾌활한 진수네 가족이 이제는 진수 성적 올리기에 발벗고 나섰다.

    프로젝트팀이 방문하기까지 3개월여 동안 혼자 공부한 것치고 진수의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최근 기말고사에서는 중간고사에 비해 성적이 두 배 가까이 오른 과목도 많다. 그러나 프로젝트팀은 “운동을 무리해서 하면 다음날 바로 후유증이 나타나듯 공부도 과욕을 부리면 서서히 슬럼프 증상이 나타난다”며 우려했다.
    운동도 힘만 쓴다고 되는 게 아니듯 공부에도 원리와 기술이 필요하다는 설명이었다.

    박재원 소장은 진수에게 “먼저 학습량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연습을 할 것”을 주문했다.
    공부는 ‘많이’가 아니라 ‘꾸준히’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목표 시간을 정해 매일 적정 학습량을 지켜나갈 필요가 있다.

    이제 여름방학. 학기 중과 마찬가지로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박 소장은 진수에게 “아버지의 출근시간에 맞춰 함께 등교하듯 독서실이나 도서관에 가서 공부하라”고 제안했다. 편안하고 유혹의 요소가 많은 ‘내 방’에서 규칙적으로 공부하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프로젝트팀은 공부 계획을 세울 때도 단순히 시간이나 분량을 기준으로 하기보다 과제를 중심으로 목표를 세우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1~3시 수학 공부’나 ‘모의고사 1회분 공부’보다는 ‘2차함수 개념을 잡는다’ ‘이 단원의 필수 문제 유형을 익힌다’와 같은 계획이 효과적이라는 것.

    공부 초보자인 진수는 자신에게 가장 능률적인 공부 단위 시간과 휴식시간을 찾는 것도 필요하다.
    어려운 과목은 질리지 않도록 20분 단위로 짧게 끊어 공부하는 것도 좋다.

    남창우 대학생 멘토는 “플래너를 사용해 계획을 세워 공부한 뒤 내가 실제로 공부한 시간이 얼마나 됐는지 확인해 적어뒀다”고 방법을 알려줬다.

    그는 또 “메모를 많이 하는 습관이 좋다”며 “나도 포스트잇을 항상 가지고 다니다가 궁금증이 생기면 바로 적어서 붙여두고 하나씩 해결해 나갔다”고 말했다.
    진수는 현재 내신 점수보다 모의고사 성적이 훨씬 높은 상황. 그에 맞춰 유리한 입시 전략을 짜는 것도 중요하다.

    김찬식 교사는 “내신이 중요한 수시 전형이 진수에게 유리한 것은 아니다”며 “그러나 지금 성적이 상승세에 있으므로 절반의 기회를 놓치는 것보다는 그중 유리한 전형을 찾아 도전해 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김 교사는 “최근 수시 전형의 최저학력기준이 높아지고 있어 내신과 논술만으로 합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진수에게는 단계별로 학생을 선발하는 방식보다 학생부 성적과 논술 성적을 통합해 산출하는 방식의 전형이 유리하다. 모집요강 등 입시 정보 수집은 앞으로 부모님이 도와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김 교사는 “무조건 수능만 노리겠다는 생각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내신을 무시하게 되면 자칫 학교생활도 망가질 수 있어서다.
    더욱이 수능 성적은 내신 성적과도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 프로젝트팀의 공통된 의견.

    박 소장은 “수능 역시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과정 내에서 출제된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며 “마음에 안 드는 선생님의 과목이라도 그 수업을 잘 활용해야 내게 유리한 게임이 된다”고 말했다.
    프로젝트팀은 “예습은 준비운동, 복습은 실력을 득점으로 연결시키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부천고 졸업생인 남씨는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 PMP·DMB를 보는 학생이 많은데 분위기에 휘말리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진수는 수학 점수가 비교적 높다는 점이 강점이다. 반면 언어·외국어 영역이 약하다. 박 소장은 “스포츠 중계만 열심히 본다고 운동 실력이 늘지 않는 것처럼 언어 영역은 무조건 스스로 직접 읽고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씨도 이에 공감했다.
    그는 “언어 영역도 수학 오답노트를 만들 듯 틀린 이유를 분석했더니 점수가 많이 올랐다”며 “지문이 길어 문제를 오려붙이기는 힘들기 때문에 모의고사 시험지를 모아두고 틀린 문제에 형광펜으로 표시한 뒤 그 옆에 틀린 이유와 풀이를 적었다”고 노하우를 알려줬다.

    프로젝트팀은 진수에게 석세스맵(Success Map·성공지도)을 그려볼 것을 권했다.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단계별 세부계획을 시각적으로 만들어 보는 것이다.
    박 소장은 “중2 때 평균 80점이라는 목표를 달성했던 성공 경험과 목표 대학에 합격했을 때의 이미지를 항상 눈에 보이게 하라”고 조언했다.
    당시의 기념촬영 사진과 대학교를 방문해 찍은 사진을 잘 보이는 곳에 붙여 두는 식이다.
    매일 아침 의욕을 북돋우는 음악과 함께 사진을 보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면 슬럼프를 극복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늘 긍정적인 부모님 역시 진수에게는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프로젝트팀은 “자신감은 경험이 쌓여 나오는 것이지 저절로, 억지로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진수에게는 지금 뿌듯한 하루와 거기에서 오는 행복감을 자주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아이에게 이래라 저래라 요구하기보다 아이가 필요로 하는 것을 묻고 도와주는 부모가 돼야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진수네의 프로젝트 신청 이야기

    해볼 것 다 해봤으니 이젠 공부해야죠


    축구, 당구, 탁구, 배드민턴, 롤러스케이트…. 진수는 운동이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 어려서부터 뭐든 시작하면 끝을 보려는 성격이었기 때문이다. 롤러스케이트는 묘기를 부릴 수 있을 정도로 연습했고, 배드민턴은 초등학교 때 선수까지 했다. ‘제일 잘하는 아이’가 되고 싶어 친구들이 모두 집에 돌아간 뒤에도 혼자 남아 밤 늦게까지 기술을 연마했다.

    운동만이 아니다. 다른 사람을 웃기는 데에도 욕심이 있다. 개그맨 뺨치는 개인기 덕분에 친구·선생님들 사이에 인기 만점이다. 공부는 못해도 반장은 했고 학교생활이 즐거웠다. 지필고사는 못 봐도 수행평가는 항상 만점이었다.

    어머니 이충구씨는 그런 진수의 승부욕과 밝은 성격이 언젠가는 공부에 도움이 될 거라 믿었다. 그 전까진 풍부한 경험을 쌓고 좋은 친구관계를 만드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어느덧 고2. 1학년 때까지 거의 바닥이었던 성적을 이제 끌어올릴 때가 된 것 같다. 진수도 자의 반 타의 반 “이제부터 공부하겠다”고 공언했다.

    먼저 아버지 유승옥씨가 진수를 붙잡고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연습부터 시켰다. 공부를 결심한 뒤 치른 첫 중간고사에서 여전히 성적은 바닥이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유씨 부부는 “공부한 지 얼마 안 돼서 그런 것이니 괜찮다”며 진수를 격려했다. 예상대로 기말고사에서는 성적이 많이 올랐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진수도 공부 방법을 잘 몰라 점점 힘들어졌다. 마침 신문에서 공부 개조 프로젝트를 본 이씨가 “신청해 보자”며 이야기를 꺼냈고, 진수는 흔쾌히 찬성했다.

    프로젝트팀의 상담을 받고 나서 진수는 “공부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책상 앞에 앉아 있었지만 불안하고 초조했다”며 “여러 조언을 듣고 나니 방향을 잡게 된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아버지를 존경한다는 진수의 꿈은 ‘개그맨 CEO’가 되는 것이다. 목표는 연세대 또는 서울대 경영학과. 진수와 이씨가 한목소리로 말했다.

    “성공할 수 있을 거라 믿어요. 내년에 신문에 꼭 다시 나올 수 있도록 할게요. 꼴찌가 서울대 갔다고 기사 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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