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족보는 장식품이 아닌 생생한 역사의 보고(寶庫)

    2009. 8. 26.

    by. 셰익스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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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6개 성씨 족보 분석한 책 펴낸 김진우씨
    전국 각지의 문중·묘비석 10년간 발품팔아 연구

    "집집마다 책장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족보(族譜)는 장식품이 아닌 생생한 역사의 보고(寶庫)죠. 족보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뿌리를 찾는 데 보탬이 됐으면 합니다."

    충청지역 향토사연구가 김진우(金鎭宇·50)씨가 국내 286개 성씨(姓氏)의 족보를 분석한 책 '한국인의 역사'(도서출판 춘추필법)를 펴냈다.

    각 가문의 역사를 누구나 쉽게 살필 수 있도록 엮은 1026쪽 분량의 이 책은 그가 10여년간 전국 방방곡곡의 문중과 묘비석을 돌며 발품을 팔아 연구한 내용을 차곡차곡 정리한 것이다.
    국내 성씨를 망라해 가나다순으로 엮었으며 현존하는 성씨의 분파(分派)와 유래, 가문별 변천사 등을 일목요연하게 풀어쓴 것이 특징이다.

    각 문중의 주요 인물은 '인물탐구'란을 통해 재조명했다.
    고려 및 조선시대 관직과 관청, 품계 등을 현대의 직제와 비교,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성씨별 시조와 과거 급제자 수까지 담겨 있다.
    전국적으로 80명밖에 없는 즙씨(汁氏)는 일제시대 십(十)씨가 공무원들의 오기로 즙씨로 바뀌게 됐다는 내용 등 희귀한 성씨의 유래도 소개했다.
    '최씨·황씨 고집'이란 말이 생겨난 근거와 고려 말 우왕 때 장원급제를 한 답안지 등 다양한 문헌에 대한 설명은 물론, 비문 등 생생한 사진자료까지 곁들였다.

    국내 286개 성씨(姓氏) 족보 등을 분석한 책‘한국인의 역사’를 펴낸 김진우씨는“생생한 역사가 녹아 있는 족보는 과거사를 재 조명할 수 있는 열린 창(窓)”이라고 말했다./대전=신현종 기자 shin@chosun.com

    김씨는 "현대인들이 홀대하는 족보를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겠다는 일념에서 교과서에 없는 역사를 담으려 했다"고 말했다.

    충남 공주시 계룡면이 고향인 김씨는 공주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92년 카이스트 산업경영학과 석사과정에 입학했지만 1학기 만에 중퇴하고 향토사 연구에 빠졌다.
    그는 "카이스트대학원을 중퇴한 것은 평생을 걸 분야가 경영학이 아니다 싶었고 관심이 컸던 역사분야에 대한 미련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1991년부터 '우문답기(우리 문화유산을 답사하기 위해 기행하는 모임의 약자)'를 만들었으며 2001년 계룡면 온천리에 '한국성씨연구소'를 차리고 금석문(철·돌에 새겨진 기록), 족보, 백제사 등을 연구하는 향토사 연구가로 변신했다.

    그가 향토사와 족보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증조부 때문. '참봉'을 지냈다는 증조부의 묘비를 어릴 적 보고 호기심을 키우게 됐다. 주변 어른들이 '참봉'을 높은 벼슬인양 말했는데 실제는 말단 관직이란 걸 알게 되면서 고서적을 뒤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군 생활 때도 틈틈이 한자를 익혔고 묘비를 볼 때마다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한때 정치판에 뛰어들어 1995년부터 3년간 민주당대전시지부 사무처장을 지냈지만 현실정치를 혐오하게 되면서 정치와는 발을 끊었다.

    "소중한 문화유산을 바로 알고 계승할 때 문화강국이 될 수 있죠. 선조의 발자취가 생생히 담긴 가장 한국적 유산인 족보가 소중히 대접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김씨는 "소장자료의 일부만 담아낸 만큼 앞으로 내용을 알차게 보완해 해외동포 자녀와 젊은 층 등에도 뿌리의 소중함을 일깨우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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