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수시절 비판하다 'MB 코드'로…정운찬의 변신

    2009. 9. 21.

    by. 셰익스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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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총리 인사청문회… 답변서로 본 '달라진 소신'
    4대강·감세·韓美FTA 등 교수시절엔 비판하다 지지·용인 쪽으로 선회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 앞서 20일 국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서에서 현 정부의 주요 정책 기조를 대부분 수긍했다.

    정 후보자는 특히 교수 시절 강하게 비판했던 감세(減稅) 등 현 정부의 주요 경제정책에 대해서도 '지지' 또는 '용인'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이에 대해 야당은 "총리 지명 후 'MB 코드'로 변절한 만큼, 그가 교수 시절 했던 '말의 덫'에 빠뜨리겠다"고 벼르고 있어, 21~22일 청문회에서 격론이 예상된다.

    정 후보자는 답변서에서
    우선 감세정책에 대해 "현 정부는 고소득층·대기업에 대한 과세혜택을 축소하고 중산층과 서민, 중소기업에 대한 세제지원을 강화하고 있어 '부자 감세'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법인세·소득세 인하 등 감세 기조를) 다시 바꾸는 것은 정책의 신뢰성과 일관성을 고려할 때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 후보자는 작년 11월 본지 기고에서 "감세로 내수 진작과 성장 잠재력 확충에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었다. 그는 특히 그해 12월에는 "감세는 소수 부자의 재산을 불려주는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고 했다.
    야당의 대여(對與) '부자 감세' 공세 프레임에 동조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발언이었다.

    휴일에도 출근 청문회 준비 21일부터 이틀 일정으로 국회의 정운찬 총리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시작된다. 야당측은 정 후보자의 세종시 관련 발언 등을 집중 추궁할 계획이다. 20일 청문회 준비를 위해 정부청사 창성동 별관 사무실로 출근,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는 정 후보자./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정 후보자는 평소 반대 입장을 나타냈던 금산분리 완화 정책에 대해서는 찬반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채 "금산분리를 불가피하게 완화하는 경우 은행이 (산업 자본의) 사금고화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보완장치가 필요하다"고만 했다.
    교수 시절에는 "시장질서를 왜곡시켜 경제력 집중과 금융위기 가능성을 키운다"(2008년 3월 본지 기고)며 강하게 반대했지만, 보완장치 마련을 전제로 사실상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물러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 후보자는 기업·금융 구조조정 문제에 대해선 "대통령도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 6월 본지 인터뷰에서 "정부가 경기부양에만 온 신경을 쓴 나머지 구조조정의 타이밍을 놓친 것 같다"고 비판했던 것과는 다른 뉘앙스다.
    정 후보자는 당시 "현재까지의 정부정책은 '부실기업 부도 안 내기'나 다름없었다"며 "기업과 금융회사들이 버티기로 나오고, 정부는 여기에 밀려 원칙을 후퇴시키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정부의 구조조정 의지를 부정적으로 평가했었다.

    정 후보자는 현 정부가 내건 '시장 중심의 규제 완화'에 반대하고, 대신 정부의 역할을 강조해 경제학계에서 '케인스주의자'란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그는 이번 답변서에서 구조조정 방식에 대해 "민간 주도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특히 금융권 구조조정에 대해 그는 "금융권 자체의 노력이 우선"이라고 밝혔지만 총리 지명 전에는 "당국이 은행의 무모한 확장경쟁과 유동성 관리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2008년 11월 본지 기고)며 외부개입 필요성을 시사했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와 관련,
    정 후보자는 작년 6월 한 강연에서 "FTA가 만병통치약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했다. 특히 세계 각국과 동시다발적 FTA를 추진하는 데 대해서는 "정말로 잘못된 생각"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이날 답변서에선 "한미 FTA 자체를 반대한 건 아니다"며 한발 물러섰다.

    정 후보자는 작년 12월 미국에서 가진 한 강연에서 "현 정부의 녹색뉴딜은 토목건설 중심의 과거 패러다임"이라며 4대강 정비사업을 비판했었다. 그러나 서면답변에선 "기후변화로 인한 물 부족, 홍수피해 대비와 수질 개선을 위해 추진 필요성이 크다"고 했다.

    정 후보자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정규직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완화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도 '정규직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를 비정규직 문제의 궁극적 해법으로 제시한 적이 있다.

    한편 정 후보자는 교원평가제 문제에 대해 "공교육 내실화를 위해 중요하다"고 했고, 개헌·행정체제·선거구제 개편 등 이 대통령이 제시한 정치개혁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시대변화에 따라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현 정부 들어 소득분배의 불평등이 발생했다는 지적이 있다'는 한 청문위원의 질문에 "소득분배의 불평등 심화는 이전 정부부터 지속돼왔고 오히려 작년엔 (소득불평등이) 소폭 개선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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