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우리가 읽은 것으로 만들어진다.

    2009. 4. 13.

    by. 셰익스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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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문의 즐거움학문의 즐거움 - 10점
    히로나카 헤이스케 지음, 방승양 옮김/김영사
    우리회사 기자가 안철수의장과 인터뷰를 진행할때 직접 추천한 도서이다.
    독서광으로 유명한 그는 자신의 성공을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내가 그리 뛰어난 재주를 가지지 않았음에도 남보다 먼저 어떤 일을 할 수 있었다면 그것은 일본인 수학자 히로나카 헤이스케가 쓴 <학문의 즐거움>이란 책에서 배운 바가 크기때문이다. "


    다음은 우리 기자가 <학문의 즐거움>을 추천한 안철수 의장과의 인터뷰내용이다.

    • 독서광이시라고 들었습니다. 의장님께 독서는 어떤 의미입니까?

    독서는 너무나 당연한 것일 수 있다.

    책 한 권을 쓰려면 저자는 엄청나게 많은 노력과 공부를 한다.
    읽는 시간보다 쓰는 시간은 수십 배 더 많이 걸릴 만큼 저자의 풍부한 지혜가 담겨있다.
    독자들은 그 일련의 과정을 단번에 줄일 수 있다. 아주 짧은 시간에 저자의 경험과 지식을 볼 수 있다.
    이게 인생을 압축해서 볼 수 있다는 것과 다름없다.
    이런 기회가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대단한 것 아닌가.
    또 책을 읽는 이유는 세상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세상이 얼마나 넓고 빨리 돌아가고 있는지, 또 얼마나 열심히 살고 있는지를 알게 해주는 것 같다.

    나는 좋은 책을 만나면 밤을 새워가며 읽었다.
    이 세상 사람들이 느끼고 경험한 모든 것들이 책 속에 녹아들어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언젠가부터 미지의 세계로 들어갈 때엔 항상 먼저 책을 통해서 그 세계를 간접 경험하는 원칙을 가지게 되었다.

    전문 서적을 통해서는 관련 전문지식을 얻을 수 있었고, 소설책을 통해서는 다양한 사람들을 접할 수 있었다.

    세상을 살아나가면서 교과서대로 하면 안 된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을 간혹 보게 되지만, 나는 그 말에 찬성하지 않는 편이다.
    나는 여전히 교과서와 책은 지혜와 행동의 기준을 얻는 데 가장 효과적인 도구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나는 책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배웠고, 회사를 세운 후에도 경영에 필요한 많은 지혜를 책에서 얻었으며, 그것을 잘 적용하여 성공한 경우도 많았다.

    ‘우리는 우리가 읽은 것으로 만들어진다’는 독일의 유명한 문호 마틴 발저의 말처럼, 책은 우리 인간이 ‘어떤’ 것을 이루고 ‘무엇’인가가 되는 데 가장 유익한 길잡이라고 믿고 있다.

    책이 인생의 가장 좋은 스승이라고 생각하기에 나는 사람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많이 권하는 편이다.
    그러나 책을 보아도 아무 소용없는데 왜 그리 “책! 책!”하나 그러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마음에 와 닿지 않는 책이 더 많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은 어쩌면 한 권의 책에 너무 많은 것을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이 세상에 정답을 주는 책은 없다.

    모든 사람들이 처해있는 환경이 다르고 그 한 사람 한 사람의 경험, 지식이 다 다르기 때문에 그 사람에게 정확하게 맞는 해답을 주는 책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에 어떤 상황에 부딪혔을 때 책에서 해답을 찾으려고 한다면 백이면 백 실망을 할 것이다. 결국 정답은 자기가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책을 가장 훌륭한 스승이라고 확신한다. 그 이유는 내가 생각하는 책의 의미에서 찾아볼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책의 의미는 두 가지이다.

    첫 번째 의미는 책을 읽음으로써 자신이 알고 있던 것을 스스로 깨닫게 해준다는 점이다. 책을 읽기 전까지 몰랐던 것이 아니라 자기가 경험하고 사고하면서 마음속에 쌓아왔던 그 ‘무엇’을 스스로 깨닫게 해주는 계기를 제공해주는 것이 바로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책의 내용과 자기 상황을 연관시키며 생각하는 과정에서 어느덧 ‘그것’을 깨닫게 되고 그만큼 사고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다.

    두 번째 의미는 자기가 모르는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는 점이다. 책을 읽다가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발견하거나 새로운 미지의 영역을 열리는 것을 느낄 때,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깨닫게 되고 발전의 계기로 삼을 수 있는 것이다.


    • 독서광으로서 책 읽는 노하우에 대해 알려 주셨으면 합니다.

    좋은 책이라고 할지라도 무턱대고 읽는 것보다는, 각자 나름대로 책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와 습관에 대해서 한번쯤은 고민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 나름대로 가지고 있는 바람직한 독서방법에 대한 생각은 다음과 같다.

    첫째, 사람들이 책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자기가 이미 알고 있고 경험한 정도에 비례한다.
    그래서 두 사람이 같은 책을 읽더라도 그들이 책을 통해서 얻는 지식의 양이나 깨달음에는 많은 차이가 나기도 하며, 심지어는 서로 반대로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다.
    극단적인 예로 같은 책을 초등학생과 대학교수가 읽었을 때 이해하는 정도와 받아들이는 폭이 다른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같은 맥락에서. 한 사람이 같은 책을 읽는다 할지라도 몇 년 전에 읽었을 때와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읽었을 때의 느낌이나 얻는 지식이 다를 수 있다. 또한 과거에는 못 느꼈던 새 감정을 느끼거나 새로운 이해와 지식을 얻는 경우도 있다.

    그 이유는 사람들이 책을 읽을 때는 자연히 그동안 자신이 살아오면서 고민하고 경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즉, 그 사람의 지식, 경험의 크기에 따라서, 그리고 현실에서 얼마나 고민하고 열심히 살아왔느냐에 따라서 이해의 정도와 폭이 다른 것이다.
    이것이 “책을 읽는 사람은 책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다”라는 말의 진정한 뜻이기도 하다.
    따라서 어떤 책을 한 번 읽었다고 해서 그 내용을 모두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며, 다른 사람이 같은 책을 읽었다고 해서 그 사람의 지식이 나와 같을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 역시 잘못된 생각이다.

    둘째, 유익한 책읽기의 또 하나의 열쇠는 사색이다.
    독서에 있어서 글을 읽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사색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어서 ‘해치운다’는 마음가짐보다는 책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느냐에 중점을 두어야 하며, 여러 권의 책을 체하듯이 무턱대고 읽는 것보다는 좋은 책 한 권을 천천히 생각해가면서 읽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책 내용을 자신의 경험이나 현재 상황에 대입해서 생각해보고, 다른 책과도 비교해보거나 연관지어 보는 등, 자기 나름대로 해석하는 과정을 통해서 책에 나온 내용도 내재화하고 사고의 폭도 넓어질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유익한 책읽기를 위해 유의해야 할 또 한 가지는 편식하지 않는 것이다.
    몇 권의 좋은 책만 집중해서 보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편협한 사고방식을 가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책은 세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을 담아놓은 그릇이다.
    세상의 모든 사물들과 현상들은 여러 가지 측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여러 측면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그러나 저자가 여러 측면을 모두 다루기는 힘들 뿐 아니라, 저자가 신이 아닌 이상 틀릴 수도 있다.
    따라서 책 내용을 무조건 믿고 그와 다른 의견은 무조건 틀리다고 단정하기보다는 융통성 있고 열린 사고로 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책을 읽을 때 자신의 마음에 드는 것만 받아들이고,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받아들이지 않거나 설렁설렁 읽고 넘어가서 곧 잊어버리는 잘못을 범하기 쉽다.
    또한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실수나 잘못에 대한 변명거리 또는 방어논리를 만드는데 열중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라면 차라리 책을 읽지 않는 편이 더 좋을 것이다.

    책을 읽어서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깨우치고, 모자란 부분을 보충하며, 보다 발전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경우만이 책을 읽는 진정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다섯째, 책은 우리가 현실에서 필요로 하는 직접적인 답을 제공해주지는 않는다.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여러 가지 복잡한 상황, 여러 이해 관계자, 그리고 역사가 혼합된 부산물이기 때문에 책에 나온 경우가 그대로 재현되는 경우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에 나오는 다른 기업의 성공사례를 그대로 따라하더라도 성공하기 힘든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러나 책은 우리가 생각하고 고민할 재료를 제공해주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점들을 짚어주며, 여러 가지 시각에서 본 다양한 견해를 제공해주어서 사물을 종합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을 길러준다.
    따라서 책은 해답을 제시해주는 우리의 지도자나 선생님이라기보다는, 우리의 옆에서 여러 가지 견해를 들려주는 충실한 조언자이자 동반자로 생각하는 것이 적절하다.

    여섯째, 책은 읽기만 하는 것으로 그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이 나의 굳은 믿음이다.
    책은 사고방식의 변화를 가져오거나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줌으로써 궁극적으로 마음가짐의 변화, 생활 습관의 변화,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현실에 반영하지 못하는 지식은 쓸모없는 것이다”라는 말에 공감한다. 생각만 하고 행동에 옮기지 않으면 그림의 떡이나 모래위의 누각과 다를 바가 없다.

    마지막으로, 교육과 마찬가지로 책이 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어떤 경우에는 몇 년 후에 그 효과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책을 읽은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서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책을 읽으면서 충분히 사색하고, 책을 읽은 후에 깨닫게 된 그 시각을 적용하고자 노력했다면, 언젠가는 내재화한 지식과 에너지가 빛을 발할 것이라고 믿는다.


    • 책, 독서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으면 들려주십시오.

    혼자 있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소설책을 많이 읽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지 못하는 데서 오는 공백을 소설의 주인공과 함께 메울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에는 특히 소설책을 통해 인간의 다양한 성격들을 경험할 수 있었다.
    아주 소중한 간접 경험들이었다.

    그러던 중, 어느새 나는 책 읽는 데에 도가 트게 되었다.
    한눈 팔지 않고 읽으면 삼백 쪽 정도면 네다섯 시간에 독파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속독이나 띄엄띄엄 읽는 것이 아니다.
    나는 책을 매우 심하게 정독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나는 항상 글쓰는 사람들을 존경했다. 그 사람들이 뭘 잘못 썼으리라는 생각은 전혀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비판적인 글읽기가 아닌 무조건적인 수용 자세로 책을 읽어댔다.
    지금도 초등학교때 책 읽던 생각이 나는데 책을 한 번 들었다 하면 까만 건 뭐든지 주시해서 봤다.
    표지부터 찬찬히 다 살피고 나서 목차 같은 것도 다 외울 정도로 정독한 다음 본문에 들어가서도 한 쪽 넘길 때마다 숫제 쪽 수도 읽은 다음에 다음 글을 읽을 정도였다.
    그리고 본문을 다 읽으면 출판사 이름과 주소, 발행인, 날짜. 정가까지 다 확인해서 읽었다.

    글은 초등학교 일 학년 들어가서 깨쳤다.
    그 뒤로는 글자라고 생긴 것은 닥치는 대로 읽기 시작했다.
    책을 좋아하는 줄 아시고 방학 때만 되면 부모님께서 전집류를 사주셨기 때문에 방에 틀어박혀 방학 내내 그 책들만 읽고 지냈다. 그것도 밤을 새워가며 읽었다. 정말 책이라면 뭐든지 좋았다.

    게다가 학교 가기 전까지는 그렇게 심하지 않았으나 학교에 가고 나서부터 점점 아이들과 어울리는 것을 싫어하게 됐다.
    아이들끼리 놀 때엔 운동 감각이 있어야 패거리에 어울릴 수 있는 법인데 지금 생각해도 나는 운동을 너무 못하고 싫어했다. 그러나 걷는 것은 굉장히 좋아했다.

    초등학교 가는 길은 골목길로 해서 삼십 분쯤 걸어야 했다.
    그러나 걷는 것을 좋아해서 학교 버스가 있는데도 걸어다닌 적이 많았다. 이상한 것은 아무리 오래 걸어도 안 지치는 것이었다.
    학교 오고가는 길에는 책을 읽으면서 다녔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전봇대에 부딪힌 일은 한 번도 없었다.

    중고등학교 때에 웬만한 한국 소설은 다 읽어 버렸다.
    지금 생각에 번역 소설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 등의 고전들은 두루 섭렵한 편이다.

    누군가에게 듣기를 번역 소설은 번역 자체에 문제가 있으면 소설가가 쓰고자 했던 의도도 바로 파악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그 향기도 느낄 수 없게 된다고 했다.

    그 말을 들어서 그랬는지 괜한 편견을 가지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또 한국 소설 중에서는 단편보다는 장편을 더 좋아했던 것 같다.
    소설가 중에서도 나는 황순원 선생의 열렬한 독자였다.
    그 분의 소설에는 인간 성격의 다양한 면모가 잘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주인공들의 성격에 공감이 가는 면이 많았다.
    그래서 장, 단편을 가리지 않고 그분의 소설은 거의 다 읽어보았다. 또한 나는 역사 소설을 좋아했다.

    김동인 선생의 소설 중에 반전이 돋보이는 [젊은 그들]이 기억에 남아 있으며, 박종화 선생의 [금삼의 피]를 읽으면서 연산군의 인간적인 고뇌를 마치 직접 보는 것처럼 느낄 수 있었다.

    역사 소설을 읽으면 역사에 대한 이해도 쉬워지거니와 내가 살고 있는 시대의 사람들과 그 시절의 사람들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그 때도 사람 사는 세상이었고 지금도 사람 사는 세상이다. 그리고 사람들의 본성 자체는 변하지 않아 똑같은 상황을 만나면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반응을 하는 듯이 느껴졌다.

    그 때에 한창 인기 있던 삼중당 문고는 싸기도 했거니와 질과 양에서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한 권씩 사다 모으며 거의 다 읽었다.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열심히 읽고 또 읽었던 그 소설들은 내 책꽂이에 첨단 컴퓨터 책들과 함께 지금도 나란히 꽂혀 있다.
    문고판 책은 들고 다니며 보기 좋게 작은 크기로 돼 있어 내 손을 떠날 새가 없었다.
    심지어는 수업 시간에까지 몰래 펼쳐 놓고 읽었으니 말이다.
    아침에 학교 갈 때 학교 앞 서점에 들러 한 권 사 가지고는 하루 종일 걸려서라도 그 책을 다 읽곤 했다. 재미없는 수업 시간에는 교과서 밑에 소설책을 놓고 읽는 재미로 시간가는 줄 몰랐다.
    들키지 않게 자주 유의하느라 긴장감도 있었다.
    주로 영어 시간에 많이 읽었던 듯하다.
    사실 집에서도 공부 좀 하다가 책을 읽은 적도 많았다.
    영어가 재미없기도 했지만 과외 수업을 받을 때 이미 다 배워 놓았기 때문에 같은 내용을 두 번 듣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수학 과외 공부도 했지만 수학은 내가 워낙 좋아한 과목이어서 여러 번 들어도 싫지 않았다.
    또 암기 과목 시간에도 소설을 많이 읽었는데 그것은 수업 안 듣고도 나중에 외우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고등학교 다닐 때에 국어는 잘한 편이었다. 또 그래서 그랬는지 본고사 국어도 잘 본 것 같다. 교과서 밖에서 지문이 많이 나왔는데 거의 다 내가 읽어본 것들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막상 교단에 서서 학생들을 가르쳐 보니까 내가 얼마나 어리석은 짓을 했나를 알 수 있었다.
    교단에 서 있으면 누가 뭐 하는지 다 보였다.
    내가 수업 시간에 소설 읽는 것을 한 번도 들키지 않았던 것은 천운이 따라서 그랬다기보다는 선생님들이 봐 주셨기 때문이라는 것을 그때서야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이다.
    나는 정말 못 말리게 소설을 좋아했다. 체육 시간에도 가지고 나가 축구 하라고 하면 혼자서 나무 그늘에 앉아 일고 있었으니 말이다.

    • 인생에 깊은 영향을 준 책과 그 이유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내가 그리 뛰어난 재주를 가지지 않았음에도 남보다 먼저 어떤 일을 할 수 있었다면 그것은 일본인 수학자 히로나카 헤이스케가 쓴 [학문의 즐거움]이란 책에서 배운 바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대학원 때 그 책을 읽고 내가 살아나갈 비결을 터득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수학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필드 상을 받은 바 있는 저명한 학자이다. 그 책을 보면 한 평범한 사람이 노력을 거듭한 끝에 원래 천재였던 사람보다 더 빛나는 업적을 남길 수 있었던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그 책은 내 정신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그 책의 내용에 ‘어떤 문제에 부딪히면 나는 미리 남보다 시간을 두세 곱절 더 투자할 각오를 한다. 그것이야말로 평범한 두뇌를 지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는 구절을 읽었을 때에는 나의 갈 길을 한 줄기 빛이 인도하는 듯한 감동을 받았다.

    그렇게 열심히 노력해서 남들의 부러움이나 칭찬을 받게 되면 나는 으쓱해지려는 마음의 싹을 싹둑 자르고 말았다. 세상에는 알게 모르게 나보다 훨씬 뛰어난 사람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나 같은 사람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채찍질을 해대는 것이다.


    • 보통 부모님이 책을 많이 읽으면 자녀들도 따라 읽는 경향이 많지요. 의장님 자녀분도 책을 많이 읽을 것 같은데요, 독서지도는 어떻게 하셨는지요? (대부분 부모님이 독서를 많이 하시는 경우 “특별한 독서지도는 없었다”고 많이들 답해 주시지만, 그래도 이야기해 주실 만한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스스로 자녀에 대한 부모의 영향력을 과대평가한다.

    그런데 사실 자녀들은 부모가 원하는 대로 절대로 크지 않는다.
    자녀가 부모 말대로, 생각대로 커 준다면 얼마나 좋겠나. 하지만 이런 생각은 너무 순진하다.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예를 들어 한국의 부모님들은 자녀들에게 그렇게 책 읽으라고 하면서 본인이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자녀들에겐 공부하라고 해놓고는 TV를 켠다. 그래선 반발만 생긴다. 부모가 자녀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환경을 바꿔주고 롤모델이 되어 주는 것이다.


    • 바쁘신 가운데에도 글을 짬짬이 쓰신다고 들었습니다. 책도 꾸준히 출간하고 계시고요. 쉽지 않은 일일 텐데요, 나름의 비법이 있으실 듯합니다. 주로 언제, 어떻게 쓰십니까?

    내가 쓴 책을 손에 쥐었을 때 제일 행복하다.
    책을 쓸 때마다 너무 힘들어서 ‘다시는 안 써야지’ 생각한다. 그러나 나중에 책 나와서 손에 쥐면 너무 뿌듯하다.

    나는 책을 brain child라고 생각한다.

    내가 쓰지 않았다면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그런 존재이다. 사람이 죽어도 남아 있을 존재니까. 인류문명의 가장 값진 기반이지 않은가? 보통 한 권 쓰는 데 6개월 정도 걸린다.
    결과물을 보면 그간의 고통이 완전히 상쇄되는 것 같다.

    열심히 일할 때는 책도 많이 쓰게 된다. 깨닫는 게 많아서인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회사생활 할 때 더 많이 책을 썼다. 직원에게 배우고, 사람에게 배우고. 정리 혼자 하고. 스스로에게 물어봐서 답을 구하기도 하고 주위 경험도 중요하지만, 일단은 책도 많이 읽는다. 그래서 정리가 되는 것 같다. 벽 보고 사색해서는 아무것도 안 남는다.

    http://bookaholic.kr2009-04-11T10:47:110.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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